증권 증권일반

[금융뒷담] IPO 앞둔 카카오뱅크, 몸값 벌써 9조원

신규투자 유치해 7,500억원 유상증자

PBR 5배 인정...국내 금융주는 0.3배

"미래 금융 성장성에 대한 시장 기대

기존 금융권보다 카뱅에 쏠린 현실"

카카오뱅크 /연합뉴스카카오뱅크 /연합뉴스



기업공개를 앞둔 카카오뱅크가 첫 외부 기업가치 평가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5배를 인정받았다. 현재 국내 4대 금융주의 평균 PBR이 0.3배 수준인 데 비하면 상당한 격차다. 카카오뱅크가 이를 토대로 평가받은 몸값은 8조6,000억원. 다음달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끝나면 9조3,000억원까지 뛰게 된다. 이미 우리금융을 뛰어넘어 하나금융의 시가총액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카카오뱅크는 총 7,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및 구주주 배정 유상주자를 추진하기로 27일 결의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TPG캐피털로부터 2,5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고 기존 주주들도 5,000억원 규모로 증자에 참여한다. TPG캐피털은 카카오뱅크가 발행하는 신주 1,064만주를 인수해 지분 약 2.68%(증자 완료 후 기준)를 확보하게 된다.

예상보다 큰 증자 규모보다 더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은 카카오뱅크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다. 그동안 국내 증권업계에서 카카오뱅크의 기업공개(IPO) 이후 미래 예상 시가총액을 5조6,000억~11조원 수준으로 산정하기도 했지만 외부 투자자가 정식으로 카카오뱅크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모주 열풍을 타고 내년 최대어로 꼽히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면서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와 적정주가는 시장의 뜨거운 관심사다. 최근에는 장외시장에서 카카오뱅크 주가가 12만원대까지 치솟아 ‘거품 논란’이 일 정도였다.



카카오뱅크가 이번 증자 과정에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8조5,800억원(증자 완료 전 기준)이다. 주당 발행가격 2만3,500원은 주당순자산(올 6월말 기준) 대비 4.93배에 이른다. 신한·KB·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 평균 PBR 0.3배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아직 디지털 기업으로 거듭나지 못한 전통 금융사에 비하면 카카오뱅크에 대한 가치평가는 앞으로 더 높아질 여력도 있다는 게 시장의 기대다. 텐센트 산하 중국 최대 디지털은행인 위뱅크(WeBank)의 경우 2018년 소수지분 매각 과정에서 PBR 12배를 인정받았다.


다음달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완료되면 카카오뱅크의 몸값은 9조3,000억원까지 뛰게 된다. 우리금융의 시가총액(27일 종가기준) 6조3,776억원은 이미 넘어섰고 하나금융(9조3,375억원)과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번 증자로 자본금을 2조6,000억원 수준까지 단숨에 끌어올리게 된 카카오뱅크가 향후 추가 증자나 IPO 공모 등으로 내년 순자산을 3조원까지 늘린다면 PBR 5배를 유지해도 몸값이 15조원이 된다. 신한(15조5,991억원)·KB금융(17조3,600억원)에도 바짝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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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근 카카오뱅크 수신팀장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에서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청소년을 위한 금융서비스인 ‘카카오뱅크 min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카카오뱅크송형근 카카오뱅크 수신팀장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에서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청소년을 위한 금융서비스인 ‘카카오뱅크 min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카카오뱅크


이번 카카오뱅크 밸류에이션은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카카오뱅크와 기존 금융권 중 어느 쪽에 쏠려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정된 상품군과 기존 은행 대비 두드러지게 차별화된 서비스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는 한계에도 카카오뱅크의 높은 성장세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히 높다. 마이데이터 시대에 더욱 유리한 ‘카카오’라는 거대 플랫폼과 밀레니얼·Z세대에게는 기존 금융기관보다 더 친숙하고 신뢰도 높은 브랜드 이미지도 주요 요인이다.

기존 금융사의 경계도 높아지고 있다. 한 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 금융주의 평균 PBR 0.3배는 카카오뱅크는 물론 글로벌 금융주 평균에 견줘도 3분의1에도 못 미친다”며 “기존 금융사들이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며 노력하고 있지만 앞으로 전개될 ‘금융 플랫폼 전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게 시장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기관이 모든 것을 기존 금융기업의 방식이 아닌 디지털 기업의 방식으로 과감하게 바꾸지 않으면 이 ‘메가 금융 플랫폼 전쟁’에서 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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