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질 좋은 중형 공공 임대아파트를 공급해 전세 시장을 기필고 안정시키겠다”고 발언했다. 시장과 학계에서는 “환영받지 못할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월세 시장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와 정책적 모순 등을 다층적이고도 복합적으로 검토해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을 시점임에도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시장과의 괴리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전월세난에 기름을 부은 임대차 3법을 강행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 한 예다. 시장에서는 규제를 풀어 전세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는 데 이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윤주선 홍익대 도시건축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발언은 정부의 대책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현재 나타나는 문제는 공공 중심으로 해결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당장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시선이 곱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시장에서는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겠다”는 발언을 두고 “이미 정부가 조기 안착 실패를 자인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발표 석 달 동안 전월세 매물이 마르고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대통령이 이를 초기의 혼란으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실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이달 8일 국정감사에서 “2개월 정도면 제도의 효력이 나리라 봤지만 아직 전세시장이 안정화되지 못해서 안타깝다”면서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사실상 실패를 인정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가장 최근 조사인 지난 19일 기준 전세수급지수는 126.1로 홍 경제부총리가 초기 안착 실패를 인정했던 이달 초(121.4)보다 더욱 올랐다. 임대차 3법이 시행된 7월 마지막 주는 113.7 수준이었다.
중형 공공임대주택으로 전월세를 안정시키겠다는 발상도 해법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공 임대를 늘린다고 해서 민간임대가 중심인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킬 수는 없다”며 “임차인들의 주거 복지 수단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시장의 안정에 목표를 두고 공공임대 확대를 활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정부 내부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지난 27일 발표한 공시가 현실화 방안은 공시 가격을 높여 임대인의 세금 부담이 늘면 결과적으로 전월세 시장으로 비용이 전이된다는 점에서 전월세 불안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라며 “모순되는 정책과 발언이 하루 차로 나오는 것을 보면 정부 내부에서 충분한 교통정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