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목표 달성을 위해 내세운 수단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민간이 뛰도록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전년 대비 8.5%나 늘린 확장 예산을 통한 정부 주도라는 점이다. 고용이 경제회복의 출발점인 것은 맞지만 정부가 직접 일자리 103만개를 제공하는 식으로는 질 좋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 소비 활력을 높이겠다며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18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기업 투자가 늘지 않으면 반짝 증가에 그칠 뿐이다.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공정경제 3법 처리에 협력해달라”는 주문에서는 규제 위주의 경제정책을 버리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들까지 기업규제 3법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크고 고소·고발 남발로 경영이 마비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중대표소송제 등 외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규제를 밀어붙이면 경제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겠다”는 대목도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반(反)시장적인 제도로 전세대란을 키운 주범이 임대차 3법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지연을 끝내달라”며 공수처 강행 의지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몫인 공수처장 추천위원들을 겨냥해 “비토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면서 여권이 선호하는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공수처법을 개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치 중립이 보장되지 않고 공수처의 수사이첩요구권 등 독소조항이 그대로 있는 공수처를 출범시켜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