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기상역사박물관이 개관한다. 1930년대 당시의 모습을 간직한 이 박물관에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측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상 관련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기상청은 29일 우리나라 최초의 기상역사 박물관인 국립기상박물관을 오는 30일에 개관한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 위치한 서울기상관측소를 1932년 당시로 복원해 건립한 국립기상박물관은 연면적 1,063.07㎡의 지상 2층 건물이다. 7개로 구성된 전시실에는 삼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기상 관련 역사적 사실과 150여 점의 유물들이 전시된다.
유물 중 눈여겨볼 것은 현존하는 전 세계 유일의 측우기인 ‘공주 충청감염 측우기(국보 제329호·1837년 제작)’와 ‘대구 경상감영 측우대(국보 제330호·1770년 제작)’다. 기상청에서 자체적으로 보관하던 두 유물은 박물관 건립 중이던 지난 2월에 국보로 승격됐다. 제작연대가 확실할 뿐 아니라 농업을 위한 과학적 발명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립기상박물관은 등록문화재 제585호인 서울기상관측소 건물을 근대 모더니즘 건축기법이 돋보이는 원형대로 복원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건축적 의미가 있다. 1932년에 건립돼 그 다음 해부터 관측을 시작한 서울기상관측소는 2017년 6월 세계기상기구(WMO)로부터 ‘100년 관측소’로 선정됐다. 100년 관측소는 기상 분야의 유네스코 문화재로 전 세계에는 140개, 동북아시아에 10개가 있으며 한국에는 서울기상관측소를 포함해 2개가 있다. 현재도 서울의 날씨는 이 곳에서 관측된다.
국립기상박물관은 기상청이 지난 1998년 현재의 위치인 서울 동작구로 이전하기 전까지 청사로 쓰였다. 이후 서울기상관측소의 사무실 등으로 기능하던 중 지난 2015년부터 기상과학역사 이해를 향상한다는 목표 하에 박물관 전환이 추진됐다. 기상청은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건축공사를 하며 건물 내부와 외벽, 현관 등을 옛 모습으로 복원했다. 특히 공사 중 문화재 원형인 타일, 널마루, 지붕 트러스 등이 발견돼 2017년 12월 문화재 심의를 거치기도 했다. 국립기상박물관은 옛 모습이 돋보이는 외관 덕분에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구미호뎐’의 촬영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열시부터 오후 여섯시까지 무료로 운영되는 국립기상박물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당분간 소규모의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사전예약을 하면 전문학예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을 할 수 있다. 사전예약은 내달 3일부터 국립기상박물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기상청은 어린이 관람객을 위해 측우기와 측우대 만들기 체험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국립기상박물관 개관은 기상역사의 또 다른 분기점이자 시작점”이라며 “우수한 기상문화를 보존하고 연구하여 세계적인 기상과학 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