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관영 신화통신은 앞서 나흘간 진행된 5중전회의 결과를 ‘공보(코뮈니케)’ 형식으로 발표했다. 공보는 5중전회가 14차 5개년 경제계획(14·5 계획, 2021∼2025년)과 오는 2035년까지의 장기발전계획을 심의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공보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신설된 ‘공산당 중앙위원회 공작 조례’도 승인된 것으로 보인다.
회의결과 14·5계획 기간에 ‘내수 위주의 쌍순환 모델’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이 확정됐다. 쌍순환은 내수 위주 자립경제 구축을 기반으로 국제무역을 확대하는 경제발전전략인데 사실상 중국 내부경제에 중점을 둔 것이다. 이날 공보는 “높은 질적 발전을 주제로 하고 개혁과 혁신을 근본 동력으로 삼아 국내 대순환을 위주로 하고 국내와 국제 쌍순환이 서로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공보에서 14·5계획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경제개발계획 과정에서 이례적이다. 앞서 중국은 12·5계획과 13·5계획 기간에는 성장률 목표치를 각각 7%와 6.5%로 정한 바 있다. 향후 전망으로 “심각하고 복잡한 변화”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잠정 목표치로는 여전히 5% 이상의 고도성장을 이어가도록 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즉 미국의 압박에 대항해 불안정한 외부가 아닌 중국 내부에서 생존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내수를 확대하고 첨단기술을 개발해 자립경제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공급자 측 구조 개혁 △디지털경제 가속화 △조세 및 노동법 개혁 추진 △소득분배제도 개혁 △의료·양로·교육 등 사회복지 개혁 등이 논의됐다.
더욱 관심을 끈 것은 2035년까지의 장기발전계획이다. 중국 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 규모의 미국 추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미국과 장기적 패권경쟁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중국이 향후 15년을 바라보는 장기발전 방안을 논의한 것은 9·5계획(1996~2000년) 이후 처음이다. 공보는 “지금 세계는 백년 이래 미증유의 대변혁 시기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장기발전계획으로는 앞서 시 주석이 내세운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을 기본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대외 개방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중진국 수준에 도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번 5중전회에서는 글로벌 리더 자리를 대체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날 공보는 “경제사회 발전을 전면적인 녹색발전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중국의 큰 시장을 활용해 국제협력을 촉진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는 시 주석이 지난달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2060년 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기후변화 대책 주도 같은 글로벌 리더십 강화와 연결돼 주목받고 있다.
정치 측면에서는 시진핑 개인으로의 권력집중을 강화했다. 5중전회는 최근 신설된 ‘공산당 중앙위원회 공작 조례’를 승인했는데 여기에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특정하는 것과 함께 시 주석의 정치국 등 주요 회의의 기존 소집권에 더해 의제설정권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의 권한이 과거 마오쩌둥이 가졌던 1인 독재적인 ‘당 주석’에 버금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5중전회에서 2035년 장기 발전 목표를 정한 것 자체가 (2022년에 끝날 예정인) 시 주석 체제의 장기 집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