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혼란스런 선거에...美언론들 준비 진땀

선거당일 승자 예상 힘들 가능성

대선결과 발표 여러 시나리오 대비

/로이터연합뉴스/로이터연합뉴스



다음달 3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대선 당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중 확실한 승자가 나오지 않을 것을 대비해 미국 통신사와 방송사 등 언론사들이 각종 준비를 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이날 ‘미국 미디어 기업들이 혼란스러운(messy) 선거일 밤에 대비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선 개표와 관련한 AP통신과 NBC 등의 행보를 전했다. 선거일 밤 미국 언론은 대체로 공식 집계가 이뤄지기 전 자체 여론조사 데이터와 개표 결과를 조합해 예상 승자를 발표한다. 하지만 올해 이 같은 발표가 나오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최다의 우편투표와 조기투표가 이뤄진 것을 고려할 때 최종 결과가 나오는 데 며칠 심지어 몇 주가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FT는 이 때문에 몇몇 언론사는 선거일 밤에 예상 승자를 발표하고 다른 곳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AP통신·NBC 등과 같은 미국 방송사들은 선거일 밤에 확실한 승자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을 고려해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AP연합뉴스/AP연합뉴스


이는 20년 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0년 대선 당시 미국의 언론사들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고 당시 상대 후보였던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는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부시 전 대통령과 고어 후보 간의 격차가 크게 줄자 결국 고어 후보는 승복선언을 철회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2016년 대선 당시에도 조기 출구조사 결과를 근거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양 후보의 이른 승리 선언에 반박하기 위한 대비 태세에도 들어갔다. 샐리 버즈비 AP 편집장은 “우리는 (이 시나리오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다”며 예상 승자를 발표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발표할 경우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허위정보에 맞서 싸우는 것이 올해 우리가 하려는 일의 주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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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의 이 같은 준비는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가 사전투표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를 부정투표라고 주장해온 만큼 조기투표 집계 결과를 근거로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당일에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오는 11월3일 이후 투표를 집계하는 일이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FT는 AP통신의 경우 170년 이상 미국 선거에서 개표를 담당했지만 선거 당일 밤 대통령에게 반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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