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다른 코스에서 치는 기분이에요.”
올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출전 선수들은 낯선 경험을 했다. 분명히 뒷바람이 부는 홀이었는데 하루 만에 맞바람으로 바뀌고 첫날 부드럽던 그린은 웬만한 공을 사정없이 내뱉어버리는 딱딱한 그린으로 변했다. 여기에 최고 스피드 3.6m의 빠른 그린에 꽂힌 핀은 라운드마다 이동이 심했다. ‘세계 100대 코스’ 핀크스 골프클럽이 결코 쉽지 않은 시험장이라는 것을 잘 알고 들어간 선수들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국내는 물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경험도 풍부한 장하나·김효주 역시 “홀마다 바람이 1·2라운드 때와는 반대로 불어 다른 골프장에서 치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습 라운드를 통해 꼼꼼히 준비한 홀별 공략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예년 같으면 주로 바람의 세기에 신경 쓰면 됐지만, 올해는 평소 다양한 연습으로 쌓은 내공과 즉흥적인 상상력 등 임기응변이 상당 부분 요구됐다.
1일 펼쳐진 4라운드는 2번홀(파3)이 블랙홀이었다. 물을 넘겨 쳐야 하는 165야드 거리의 홀로, 핀 위치가 앞 핀이라 그린 앞 벙커도 부담이 될 만했다. 박수빈이 이 홀의 최대 희생양이었다. 티샷이 짧아 물에 떨어졌고 세 번째 샷은 벙커 앞 러프에 멈췄다. 네 번째 샷마저 그린 뒤 러프로 간 끝에 5온 2퍼트의 쿼드러플 보기로 한꺼번에 4타를 잃었다. LPGA 투어 멤버인 이정은은 이 홀에서 전우리·나희원과 함께 더블 보기를 적었다. 핀을 보고 공격적으로 공략한 것으로 보이는데, 파악하기 힘든 상공의 바람 영향에 모두 물이나 벙커를 피하지 못했다.
늘 경계해야 하는 7번(파4)과 18번홀(파4)은 올해 유독 선수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2018년 이 대회 우승자인 박결은 420야드나 되는 긴 파4 홀인 7번홀에서 3라운드 때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두 번째 샷이 짧게 떨어진 바람에 가지 말아야 할 그린 앞 벙커 방향으로 간 게 화근이었다. 핀크스의 시그니처 홀인 18번은 그린 앞을 가로지르는 개울과 오른쪽 물 방향으로 경사진 페어웨이 탓에 까다로운 곳이다. 김보아는 3라운드에 이곳에서 3타를 잃었다.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개울에 빠뜨렸고 네 번째 샷은 러프를 피하지 못해 5온 2퍼트로 홀아웃했다. 디펜딩 챔피언 최혜진도 개울에 끌려 들어간 두 번째 샷 때문에 첫날 트리플 보기를 적어야 했다. 마지막 날 2타를 잃은 6번홀(파4)에서는 그린에서 4타를 쳤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