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실적으로 강세를 이어가던 삼성전자(005930)의 주가가 다시 주춤하고 있다. 올 4·4분기부터 실적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배당 등 주주친화 정책 발표도 미뤄진 점이 투자심리를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실적 및 주가의 조정 시기를 저가 매수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0일 전 거래일 대비 2.58% 하락한 5만6,6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이로써 지난주에만 주가가 6.29%나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낙폭(-3.27%) 보다 더 떨어진 수준이다. 이 같은 하락세는 실적이 줄 것으로 점쳐지는 올 4·4분기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점차 옮겨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는 올 3·4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66조9,600억원)과 2년 만에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12조3,5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런 실적 호조를 반영하며 주가도 공고했던 ‘6만원 벽’을 뚫고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하지만 직전 분기 실적을 끌어올렸던 스마트폰 부문이 점차 비수기로 진입하고 메모리 가격 하락세 또한 여전해 올 4분기 실적 둔화가 예상되며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삼성전자의 4·4분기 영업이익은 10조2,454억원인데 이는 분기 대비 17.04% 줄어드는 수준이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오는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실적 둔화의 가능성이 있어 주가도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 후 상속세 이슈가 나오는 것도 투심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 많다. 주식 상속세는 고인의 사망 시점을 전후로 2개월씩, 총 4개월 동안의 평균 주가에 따라 결정되는데 주가가 떨어져야 삼성가의 입장에선 상속세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이에 최근 삼성전자가 배당정책의 발표를 내년 초로 연기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주주 환원 확대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실망도 주가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며 “다만 내년 초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3세 경영의 세레모니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삼성전자가 주춤해지는 시기를 저점 매수로 대응하는 전략을 제시하는 의견이 나온다. 내년 1·4분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회복할 가능성이 커 실적 및 주가가 다시 반등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과 삼성전자의 실적은 내년 1분기 안정세를 거쳐 2분기부터 본격 상승할 것”이라며 “올 4분기 실적 둔화는 내년 실적 개선을 앞두고 주식의 저점 매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