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은법에 '고용안정'까지 추가하나...고민 커진 한은

설립 목적에 '고용안정' 포함

與 개정안 발의에 野도 추진

한은, 물가·금융안정과 함께

'고용까지 껴안나' 고민 커져

"기준금리로 3개목표는 한계

새 통화정책 수단 필요" 지적

한국은행의 공식 정책 목표에 ‘고용안정’도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안정’을 정책 목표에 추가한 지 10년 만이다. 한은은 고용안정이 정책 목표로 포함되면 달성해야 하는 고용 지표를 정한 뒤 구체적인 시행방안도 내놓아야 한다. 기준금리 결정의 방정식 하나로 물가안정·금융안정과 함께 고용안정까지 풀어내야 하는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 설립 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은이 지나치게 물가 안정만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고용안정과 같은 실물경제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한은은 한은법 제1조 목적 조항을 통해 정책 목표를 공시한다. 현재 한은의 첫 번째 목표는 물가안정 도모이고, 이 과정에서 금융안정을 유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개정안은 금융안정과 함께 고용안정도 유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포함하는 한은법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야당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도 국정감사에서 한은 설립 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은 목적 조항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법안이 제출되면 본격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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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 상황도 한은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거시경제 분야에서 고용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용 충격이 발생하자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역할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도 물가보다 고용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는 고용안정이 한은법 1조에 포함될 것이라는 소식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현재 중앙은행이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고용지표가 없는데다 마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 고용 지표인 실업률은 구직의지가 주요 변수라 응답자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국가 간 편차도 커서 비교 가능성도 떨어진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설립목적에 고용안정이 추가되면 당장 고용지표를 사용해야 한다”며 “다만 현재 고용지표는 국내총생산(GDP) 등 다른 지표와 비교했을 때 거시경제 지표로 완벽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책 목표 도입 이후 정책 수단을 확충해야 하지만 마땅하지 않다는 점도 고민이다. 한은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사실상 기준금리 하나인데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3개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기다 각 정책 목표 간 상충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준금리가 거시 변수인 만큼 고용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밝혀내기도 힘들다.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이 고용안정을 목표로 삼고 있는 미국·호주 노동시장과 달리 우리나라는 경직성이 강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조절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앙은행의 목표가 너무 많으면 정책이 애매해진다”며 “기존 목표인 금융안정을 통해 기업이 유동성 위기로 파산하는 것을 막으면 결과적으로 실업도 방지하는 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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