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값이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매매가는 물론이고 전셋값마저 70주 연속 올랐다. 집 없는 서민들과 젊은 층의 박탈감은 하늘을 찌를 기세다. 정부가 23번이나 대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이를 비웃듯 치솟았다. 이 같은 현상을 전 정권이나 저금리 탓으로만 전가하는 청와대와 여당의 몰염치도 가관이다. 진보와 개혁 이전에 국민의 ‘의식주’마저 흔들린다면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준 유권자의 시각이 180도 바뀔 수 있음을 여권은 알아야 한다.
실제로 최근 KB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해 한국 부자의 총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6%로 지난해보다 3%포인트 상승해 7년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동학개미’ 바람이 불면서 개인이 6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더 커짐으로써 ‘부동산 불패’ 신화는 다시 한번 입증됐다. 불과 몇 달 만에 수억원이 뛴 집값에 비하면 오를까 내릴까 매일 노심초사하는 주식투자는 그야말로 ‘용돈벌이’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국내 증권사 집계에 따르면 올해 증시에 대거 유입된 2030의 평균 주식투자 금액은 2,0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급락장 이후 V자 반등에서 높은 수익을 올렸다손 치더라도 같은 기간에 부동산이 오른 금액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수많은 청년들이 ‘영끌’ ‘빚투’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붙잡기 위해 증시에 뛰어들었지만 서울 시내에 아파트를 올려 본다면 자괴감이 들 만한 일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주식 양도세와 관련해 ‘대주주 3억원’을 고집하고 있고 주식이나 펀드의 장기 투자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도 없다는 점이다. 주식에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면 오히려 보유금액이 많은 이른바 부자들이 그에 따른 혜택을 가져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일부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림을 좀 더 크게 보면 달라진다. 대주주 3억원 리스크에 연말이면 대형주 중심으로 세금회피용 개인의 보유 물량이 쏟아진다. 하지만 정작 이에 따른 하락 폭은 코스닥 소형주가 가장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종의 나비효과인 셈이다.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고액자산가들이 장기 보유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에 따른 증시의 안정과 주가 성장의 과실은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골고루 퍼질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은 집권 이후 “부동산으로는 돈을 벌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이는 국민을 우롱한 처사가 되고 말았다. 반면 이제껏 주식투자로도 돈을 벌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정부 당국자는 본 적이 없다. 어느새인가 우리에게 주식은 항상 위험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자리하게 됐다. 하지만 부동산값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더 위험한 존재는 부동산인지 주식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지금까지 부동산을 관리하는 역량의 10분의1만이라도 증시에 쏟았다면 왜곡된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생태계를 조금이라도 더 정상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상 초유의 동학개미운동이 우리 사회에 던진 또 하나의 큰 숙제 가운데 하나다. 기회는 뒷모습이 없다. 한번 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개인의 증시자금 유입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하면 동학개미를 지속적으로 주식 시장에 머물게 하고 또 더 끌어올 수 있을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것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재테크 문화를 조금이나마 정상화하는 길이다. 개미들이 주식투자로도 아파트를 사는 꿈을 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