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추세적으로 달러 약세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제가 잘 되고 있는 중국·한국·대만의 증시를 좋게 보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이머징 국가 중에서도 테크와 헬스케어 관련 업종의 제조업 기반을 잘 갖추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서진희(사진) NH아문디자산운용 글로벌투자부문장은 최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향후 글로벌 투자에서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에 관심을 둘 것으로 조언했다. 그는 국내 보험사에서 채권운용을 시작으로 국내 및 글로벌 자산운용사, 외국계 은행에서 20년 이상 펀드운용, 상품마케팅과 해외투자를 담당해왔으며 최근 NH아문디운용에 합류했다.
서 부문장은 “이머징 국가 중에서도 브라질·러시아 등 자원 부국이나 관광산업 비중인 높은 동남아시아 국가는 투자하기 아직 이른 감이 있다”며 “반면 중국·한국·대만 등 선진산업의 기반을 갖춘 이머징 국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미 달러화 약세에 따른 위안화 강세 수혜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은 당선자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 변동성을 키울 변수로 꼽혔다. 서 부문장은 “양측이 대선 결과를 수용할 때까지 조정 양상이 이어질 수 있다”며 “대선의 결과에 따라 조세 제도, 경기 부양책, 그리고 미중 간 관계설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그동안 중국 투자 비중을 생각보다 올리지 못했다”며 “개인투자자들 역시 현시점에 공격적으로 늘리기보다는 일단 지켜본 후 행동을 취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서 부문장은 향후 주도주와 관련해서는 클라우드·물류·5G 등 언택트 산업 관련 생태계 안의 기업들과 신재생·친환경 분야의 혁신 기업들을 꼽았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미국의 정보기술(IT)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다”며 “물론 이들이 좋은 주식임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비싼 가격부담 때문에 미국의 대형 IT주로 시장 수익률을 이기는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더라도 언택트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언택트 생태계 안에 있는 물류회사, 클라우드 서버 리츠 등도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예전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하면 돈 못 버는 투자라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기업가치를 올리는 게 바로 ESG 정책”이라며 “신재생·친환경 등의 인프라에 특화된 섹터펀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시점에서 개략적인 자산배분 조언을 구하자 서 본부장은 “투자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적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 50%, 채권 등 안전자산 30%, 현금 20% 정도면 현시점의 장세에 대응하기 용이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들은 현금 및 안전자산 비중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현금을 기회비용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시점이든 현금성 자산 보유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좋은 투자 기회가 생기거나 자산배분을 바꿔야 할 때 쓸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달러 약세 국면에서 미국 주식 직구와 관련해서는 “원화는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달러 약세가 예상된다고 해서 달러화 자산을 원화 자산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며 “자산의 일정 부분을 계속해서 달러로 들고 간다는 생각으로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사진=성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