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AFP=연합뉴스교황청이 최근 다큐멘터리에서 ‘동성 결합 지지’를 밝힌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은 편집 과정에서 맥락이 왜곡된 것이며 가톨릭 교리에 어긋나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1일(현지시간) 가톨릭뉴스통신(CNA) 등에 따르면 지난주 교황의 비서실에 해당하는 교황청 국무원은 전 세계 각국에 주재하는 교황청 대사에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내 주재국 주교들과 공유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지난달 21일 이탈리아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에서 교황은 동성애자들을 거론하며 “그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가족이 될 권리가 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비참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 인터뷰가 담겼다. 국무원은 이 발언이 한 사람이 동성애 성향을 가졌다는 이유로 가족에게서 버림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적 교계나 일부 언론이 이해한 것처럼 동성애자들도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는 취지다.
교황은 해당 다큐멘터리에서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시민결합법(Civil law)이다. 그것은 그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다. 나는 이를 지지한다”고도 말한 장면이 담겼다. 이에 대해 국무원은 시민결합법 관련 발언 역시 동성 간 결혼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며 사실이 왜곡됐다고 설명이다. 일부 국가가 동성애자에게도 다른 국민과 똑같이 건강보험과 같은 복지 혜택을 주고자 시민결합법을 채택하고 있으며, 인간으로서 그들의 권리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평소 교황의 지론이 강조된 것이라는 의미다.
국무원은 실제 편집 전 인터뷰 원본에는 ‘동성 간 결혼에 대해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으나 다큐멘터리에서는 이 부분이 통째로 잘려 나갔다고 밝혔다. 이에 교황이 가톨릭 교리에 어긋나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이후 교황의 발언을 두고 가톨릭계가 인정하지 않는 동성 간 시민결합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돼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보수 가톨릭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가톨릭 교리는 결혼은 남자와 여자 간에 이뤄지는 것이며 동성 결혼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가르친다.
논란이 된 다큐멘터리를 만든 러시아 태생의 미국인 에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은 현재까지 다큐멘터리에 인용된 교황 인터뷰의 편집 과정에 대해 해명하지 않고 있다.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은 그 자신이 동성애자로, 지난 2009년에는 유대인 가정에서의 동성애 자녀 포용 문제를 다룬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상영 전 논란이 된 발언이 담긴 교황 인터뷰가 다큐멘터리를 위해 새로 진행된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가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다큐멘터리상의 교황 인터뷰는 작년 5월 멕시코 최대 방송사인 텔레비사의 교황청 출입 기자가 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