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 결합 지지’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교황청이 다큐멘터리 인터뷰 편집 과정에서 발언의 맥락이 왜곡됐다며 대응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가톨릭뉴스통신(CNA) 등에 따르면 교황 비서실에 해당하는 교황청 국무원은 지난주 전 세계 각국에 주재하는 교황청 대사에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내 주재국 주교들과 공유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교황은 지난달 21일 이탈리아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 내 스페인어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들을 거론하며 “그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가족이 될 권리가 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비참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교황은 또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시민공존법’이다. 그것은 그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다. 나는 이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으로 돼 있다.
이는 가톨릭계가 용인하지 않는 동성 간 시민결합(civil union)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돼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보수 가톨릭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시민결합은 동성 결혼 합법화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동성 커플에게 이성 부부와 동등한 법적 권리를 인정한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와 미국의 일부 주가 이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가톨릭에서는 교리를 통해 결혼은 남자와 여자 간에 이뤄지는 것이며 동성 결혼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가르친다.
해당 인터뷰는 작년 5월 멕시코 최대 방송사인 텔레비사의 교황청 출입 기자가 한 것인데, 다큐멘터리를 만든 에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이 이를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무원은 공문에서 시점상 서로 동떨어진 두 개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태인 교황의 발언이 다큐멘터리 편집을 통해 하나로 합쳐지면서 그 취지와 맥락이 완전히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교황의 첫 번째 인터뷰 발언은 한 사람이 동성애 성향을 가졌다는 이유로 가족에게서 버림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국무원은 밝혔다. 보수적 교계나 일부 언론이 이해한 것처럼 동성애자들도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는 취지다.
시민결합법 관련 발언 역시 동성 간 결혼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국무원은 밝혔다.
이 발언이 담긴 인터뷰 풀버전은 교황이 10여년 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로 있을 때 동성 결혼에 반대한 것과 관련한 멕시코 기자의 질문에 “동성 결혼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며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시민공존법이다. 그것은 그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다. 나는 이를 지지한다”고 언급한 것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동성 결혼에 대한 반대를 강조한 부분이 잘려나간 채 그 앞의 인터뷰 발언과 연결되면서 교황이 마치 동성 커플의 가족 구성 또는 동성결합을 인정하는 듯한 취지로 왜곡됐다는 게 국무원의 설명이다. 국무원은 이러한 점을 언급하며 교황이 가톨릭 교리에 어긋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러시아 태생의 미국인 에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은 그 자신이 동성애자로, 2009년에는 유대인 가정에서의 동성애 자녀 포용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다.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은 현재까지 다큐멘터리에 인용된 교황 인터뷰의 편집 과정에 대해 해명하지 않고 있다. 그는 ‘프란치스코’ 상영 전 논란이 된 발언이 담긴 교황 인터뷰가 다큐멘터리를 위해 새로 진행된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가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