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이 4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기업자금 사적 유용, 호황 현금 탈세, 반칙 특권 탈세 등 불공정 탈세 혐의자 38명의 세무조사 착수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A회사는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20억원대 최고급 골프빌리지를 취득한 후 사주 가족이 독점 사용했다. 또 실제 사업 지속 여부가 불분명한 자본잠식 상태의 해외현지법인 B에 대여금 명목으로 자금을 유출한 뒤 사주 자녀의 유학비와 체재비에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사주는 자녀유학비 지원 목적으로 단 한 번도 외화송금을 하지 않았다.
# 최근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C골프장은 그린피 현금결제 고객들에게 현금영수증 발급을 최소화해 현금매출을 누락했다. 또 해외에 있는 사주 가족에게 허위 인건비를 지급하는 등 비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수입을 축소했다. 사주D는 비상장주식을 명의신탁·저가양도로 자녀에게 편법증여한 혐의도 있다.
국세청이 4일 호황을 누리면서도 소득을 축소 신고한 ‘현금 업종’과 회삿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주 일가 등 불공정 탈세 혐의자 38명(법인 32개, 개인사업자 6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대체 수요에 따라 소득이 급증한 레저·취미 업종과 현금매출 누락 혐의 고소득 전문직 22명(법인사업자 16명) △사주 일가에 기업자금을 유출한 법인사업자 13명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증여 법인사업자 3명 등이다. 조사 대상에는 고가건물을 매입한 고소득 연예인과 유명인, 공직 출신 변호사·세무사·관세사와 개업 의사도 포함됐다. 이들의 자산은 개인 평균 112억원, 법인 평균 1,886억원이다.
주요 행태를 보면 위장계열사를 만들어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사주가 자신의 급여를 대폭 올리고 급여로 골드바를 대거 사들인 행위도 포착됐다. 과세당국은 골드바가 편법증여 수단으로 쓰였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기업자금을 유학비용이나 호화 사치품 구입에 쓰는 것에서부터 자녀회사 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편법적 수단을 동원했다. 또 기업의 업무와 무관한 해외 소재 고급별장(10억원대)을 구입하거나 호화 와인보관소 및 별장을 신축해 사주 가족이 쓰고 법인카드를 고급호텔·유흥주점, 해외경비 목적으로 사용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은 최근 가족 명의 기획사를 동원해 탈세를 일삼은 유명 연예인 E, 시술비 할인으로 현금결제를 유도하고 소득을 축소한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F 등에 소득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편법증여 혐의 법인사업자 3곳은 일감 몰아주기나 미공개 정보로 부당한 ‘부의 대물림’이나 편법 승계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개발사업이나 기업공개(IPO) 계획을 세우고 자산을 저가에 특수관계인에게 물려주는 행위 등이 미공개 기업정보를 활용한 편법증여와 탈세에 해당한다.
국세청은 기업자금 사적유용, 음성적 현금거래 등 반사회적 탈세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탈세 혐의자뿐만 아니라 사주 가족 및 관련 기업까지 철저히 검증할 예정이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과정에서 증빙자료의 조작, 차명계좌의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법인자금 골프빌리지 20억원 구매 및 사주자녀 해외 유학비용 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