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시계제조업체들로 구성된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이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 쿠팡을 상대로 롤렉스 등 유명 브랜드의 ‘짝퉁’ 제품 수 백 종이 팔리고 있는데도 뒷짐만 지고 있다며 적극적인 판매 중단 조치와 함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쿠팡이 유사한 가격대에 짝퉁을 팔아서 국내 중소 패션시계업체들이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쿠팡은 “인공지능(AI)를 도입해 짝퉁을 걸러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고, 다른 데서 더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 쿠팡만 비난하고 있다”며 억울해 하고 있다.
4일 시계산업협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쿠팡에서 수 백, 수 천 만 원대 시계를 단돈 20~23만 원에 팔고 있어 유사한 가격대에서 경쟁하는 국내 패션시계업체가 입은 손실은 수 십 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조합측은 “현행 상표법은 가짜 제품을 판 판매업자만 처벌하고, 유통망을 운영하는 쿠팡 등 소위 온라인상거래중개자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어수룩한 법 때문에 정작 정직하게 제품을 만들어 파는 중소 시계제조업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데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합측이 공개성명을 통해 쿠팡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시계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쿠팡에서 판매 중인 짝퉁 유명 브랜드 시계는 684종에 달한다. 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고가 시계를 20만∼30만 원에 팔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조합이 공개한 쿠팡 판매 페이지를 보면 A사는 ‘정품이 아닌 레플리카(모조) 상품’이라고 적어 놓고 태그호이어, 롤렉스 등 고가 시계 브랜드의 짝퉁을 20만 원 대에 팔고 있다. 조합측은 쿠팡의 적극적인 판매중단 조치와 함께 손해배상도 요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쿠팡은 조합측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은 “100명 규모의 전담 조직을 통해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AI 기술로 상품 가격을 분석해 위조 가능성을 예측하고 상품 이미지를 분석해 진품 여부를 판별해 내고 있다”며 “위조 빈도가 높은 일부 상품은 등록 전 판매자들에게 유통 이력을 확인하는 등 사전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특허청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위조판매 건수를 분석한 결과 인스타그램이 28.9%로 가장 많았고, 번개장터가 17.38%, 카카오스토리 16.46%, 네이버 블로그 13.32%에 이어 쿠팡은 3.16%에 불과했다는 점을 근거로 “최근 위조상품 판매업자 대부분이 단속이 어려운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통해 비밀리에 거래를 하고 있는데, 시계조합이 이런 현실에는 눈 감은 채 근거 없이 쿠팡만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