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의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는 5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고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고씨는 지난해 5월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후 바다와 쓰레기처리시설 등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씨는 같은 해 3월 침대에서 자고 있는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도 받았다.
1심과 2심은 고씨가 전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의붓아들 살해와 관련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 유족은 시신조차 찾지 못한 슬픔으로 피고인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을 외면하고 피해자에게 범행 책임을 전가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처럼 고씨에게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고씨가 미리 졸피뎀을 처방받아 구매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사체를 손괴하고 은닉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고씨의 잘못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이어 “A군이 고씨의 고의적인 압박행위가 아닌 함께 잠을 자던 아버지에 의해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사망원인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고씨가 의붓아들 살해범이 아니라는 판결에 크게 반발했다. 유가족은 대법원 선고 후 법률대리인을 통해 “아들의 부검 결과와 현장사진 6장을 감정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몸에 눌려 숨질 가능성은 전 세계적인 사례에 비춰 극히 낮다는 것”이라며 “법원은 0.00001%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면서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