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는 북한 아동 강제노동을 ‘방과 후 활동’이라고 표현해 논란에 휩싸였다. 통일부는 북한을 미화하려는 의도 없이 실상을 그대로 알리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비판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과한 표현이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통일부는 지난 4일 페이스북 공식 계정과 블로그 등에 ‘북한 학생들은 방과 후에 무엇을 할까요’란 제목의 카드뉴스를 게시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모든 학생이 과외활동을 시작 전에 다 함께 ‘총화’ 시간을 가져요. 하루를 되돌아 보는 시간이죠.”라고 적었다. 총화는 북한 용어다. 북한 주민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김일성 교시’나 ‘김정일의 말씀’을 인용해 자신과 동료들의 행동을 비판하는 생활총화를 진행하는데 이는 한국 사회가 생각하는 ‘자기 반성’과는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 북한 학생들의 총화는 이런 생활총화 등을 학습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통일부는 또 카드뉴스에서 “방과 후 과외 활동으로 북한 학생들은 소조활동, 사회의무노동을 주로 하는데요. 소조활동은 방과 후 2~3시간 동안 선생님의 특별지도를 받는 것을 의미해요. 소규모로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학습이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죠. 북한 학생들은 학교뿐 아니라 학생소년궁전, 학생소년회관, 도서관 등에서 다양한 종류의 소조활동을 한답니다.”라고 전했다. 사회의무노동, 소조활동 등도 모두 북한 용어이다. 통일부는 그러면서 “방과후활동은 조금씩 다르지만 언젠가 남북한 학생들이 다양한 방과후활동을 함께 하는 날이 오길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통일부는 지난 3월부터 북한 내부 모습을 소개하는 ‘다 물어보시라요’ 시리즈를 게시하고 있다. 해당 카드뉴스도 관련 시리즈 중 하나다.
통일부 SNS에는 즉각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북한 아동 노동착취를 미화한 게시물이라는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북한 학생들의 사회의무노동은 국제사회에서 수차례 지적된 인권 문제다. 2017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북한의 아동들이 교육에 할당된 시간 중 상당 시간을 여러 유형의 노동에 소비하는 문제를 우려한다”며 “아동에게 학습과정, 휴식 및 여가와 신체적·정서적 안녕을 누릴 권리를 방해하는 노동을 요구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권고했다. 국제아동인권센터(InCRC)는 “북한 아동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노동을 해야하며 이러한 노동이 학업시간보다 길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취업의 최저 연령에 관한 협약’에서도 노동을 금지하는 최소 연령을 15세 이상으로 못 박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통일부는 해당 게시글에 “이 콘텐츠는 북한의 실상에 대해 있는 그대로 알려드리되 비방도 미화도 하지 않습니다. 북한학생의 과외활동도 북한의 표현을 사용해 가감 없이 보여주고자 한 것에 불과합니다. ‘사회의무노동’에 동원된 노동이 포함될 수는 있으나 강제노역을 미화하고자 한 것은 아니며 소조활동처럼 북한식 표현이라는 점을 알립니다.”라고 덧붙였다. 통일부 당국자도 5일 기자들을 만나 “북한 실상에 대해 있는 그대로 간략하게 알려주는 것이고 비방이나 미화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우려나 국내외의 비판적 시선은 전혀 담지 않은 채 ‘방과 후 활동’으로 표기하고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낄만한 그림을 활용한 것 자체가 ‘사실상의 미화’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계자에 대한 처벌 등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사회의무노동 등 관련해 그 쪽(북한) 표현을 사용한 것 같다”면서 “사용한다고 해도 예시화나 내용 등과 관련해 과한 부분이 있는지는 확인 후 답변드리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