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상상력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공상과학(SF)으로 미래를 볼 필요가 있죠. 과학관이 이런 SF콘텐츠를 통해 전시·교육·연구라는 과학문화 허브 기능을 하며 상상력을 키우는 장소가 돼야 합니다.”
이정모(57·사진) 국립과천과학관장은 5일 과천과학관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에게 미래 과학기술을 체험하는 상상력의 장이 됐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과천과학관은 6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제10회 ‘SF미래과학축제’를 개최한다.
이 관장은 연세대 생화학과 학·석사를 거쳐 독일 본대 화학박사 수료 뒤 연동청소년학교 교사, 안양대 교양학부 교수를 거쳐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서울시립자연사박물관장에 이어 지난 2월 민간 출신 첫 국립과학관장이 됐다.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 ‘달력과 권력’ ‘공생·멸종·진화’ 등 50여권의 과학책을 쓰기도 했다.
이 관장은 “우리 과학문화가 허약하다”고 지적하고 “과학관에서 과학자와 교사·학생, 시민 간 교류를 늘리고 사이버과학관의 기능을 강화해 이러한 약점을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과학축제에서 시각·청각장애인과 외국인용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도 과학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관장은 석·박사급 연구사·연구관들의 행정부담을 줄이고 연구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과학커뮤니케이터가 입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다닐 정도로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전국 과학관 간 교류협력이 없는 상황에서 수도권 내 과학관 간 협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장은 “이미 인천어린이과학관·서울시립과학관·노원우주과학관과 협력에 들어갔고 대상을 넓힐 방침”이라며 “전시관도 수십억원씩 들여 지었다 뜯었다를 반복하던 것을 자제하고, 만들더라도 모듈식으로 해 나중에 다른 과학관이나 학교에 기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 관장은 이번 과학축제에 대해 “‘SF의 상상력으로 본 과학의 미래’를 화두로 던지며 큰 주제인 인공지능(AI)을 또 다른 생명체로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AI와 함께 살아갈 미래에는 감정을 가진 하나의 생명체로 인지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AI를 체험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상이 궁금하다면 ‘SF미래과학축제’로 오시라”며 “가정에서도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편안히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이 관장은 “이 중 올해로 7회째를 맞는 국내 최대 규모의 ‘SF어워드’는 영상, 장편소설, 중·단편소설, 웹소설, 만화·웹툰 분야로 나눠 최고의 작품을 선정했다”며 “문학에서 김초엽씨 등 SF작가가 부상하고 있을 정도로 이제 과학은 교양을 넘어 미래를 이해하는 창이 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서울경제는 과천과학관과 함께 2016년 ‘제3회 SF워어드’를 공동주관한 바 있다.
이 관장은 “축제기간 매일 저녁 여는 ‘SF시네마토크’는 500인치 스크린을 갖춘 자동차극장에서 ‘엑스마키나’와 ‘그녀’ 등 AI 영화들을 관람하고 과학자로부터 해설을 듣게 된다”며 “어린이 인기게임인 ‘마인크래프트’에 구축한 AI 가상게임을 즐기는 ‘SF가상체험’도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이어 “‘SF스토리체험’에서는 직접 SF소설 주인공이 되어 중간중간 선택과정을 통해 능동적으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며 “9~13일 오후8시마다 과학자와 SF작가가 AI 로봇과 외계 생명체에 관해 토론을 벌이는 ‘SF포럼’이나 SF작가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SF상담소’도 열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기도 파주의 농촌에서 자랐는데 고교 선생님께서 생화학과를 화훼를 가르치는 과로 착각해 권유하는 바람에 화학을 공부했다”며 “하지만 잘 적응했고 오히려 과학문화를 확산하는 길을 걷는 계기가 됐다. 내년 SF미래과학축제는 코로나19 이후 세상을 뜻하는 ‘뉴 월드 애프터 팬데믹’으로 잡았다”며 활짝 웃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