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펜실베이니아 주당국은 이르면 5일 밤(현지시간) 최종집계를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는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핵심주다. 이 같은 일정을 고려하면 우편투표 개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맹추격하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날 당선을 확정 지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바이든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사실상 264명으로 펜실베이니아를 차지하면 매직넘버(270명)를 웃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개표는 날을 넘겨 진행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95% 개표 기준 트럼프 대통령이 49.5%(328만6,171표), 바이든 후보가 49.2%(326만7,942표)로 박빙이다. 표 차이가 1만8,000여표에 불과하다. 당국은 늦어도 6일 개표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인데 남은 우편투표는 민주당 지지가 많아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하다. 실제 개표가 진행될수록 바이든 후보가 격차를 좁히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6일 0시 기준으로 약 17만5,000표의 부재자 투표가 남았으며 이 가운데 5만8,000표가 민주당 지지층이 두꺼운 대도시 필라델피아다.
이와 관련해 연방우체국(USPS)이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사전 우편투표 약 4,250표를 분실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USPS는 이 중 펜실베이니아주의 우편물 집하장 3곳에서 약 1,700표를 지난 5일 찾아 개표소에 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를 수성하더라도 바이든 후보가 조지아(선거인단 16명)에서 승리하면 게임은 끝난다. 99% 개표가 이뤄진 조지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이 49.4% 동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700여표 앞서지만 표 차이가 적어 뒤집힐 가능성이 충분하다.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의 개표 상황을 감안하면 이르면 6일 이번 대선의 최종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조지아는 7일까지 군부대 및 해외부재자 표 8,900장이 도착할 가능성도 있어 최종 결정이 주말로 미뤄질 수도 있다. NYT는 “바이든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에서 득표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역전승이 가능함을 시사했다.
바이든 후보 입장에서 대권을 확정할 수 있는 또 다른 카드인 네바다의 경우 5일 추가 개표 결과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속도가 느리다. 89% 개표 기준 바이든 후보가 49.4%(60만4,251표), 트럼프 대통령이 48.5%(59만2,813표)다. 격차가 1만1,000여표에 불과하지만 추가 개표가 남은 라스베이거스 인근은 민주당 우세 지역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전 부통령이 네바다에서 이길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네바다주는 득표 상황 추가 업데이트를 6일 정오에 하기로 했다.
개표가 90% 진행된 애리조나는 6일 오전11시 추가 개표 상황을 공개한다. 현재 바이든 후보가 50.1%로 48.5%인 트럼프 대통령을 1.6%포인트 앞선다. 폭스뉴스와 AP통신이 일찌감치 애리조나에서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확정 지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한 노스캐롤라이나(선거인단 15명)는 미도착 부재자 투표가 11만장에 달한다. 마감시한은 오는 12일이어서 최종 개표가 더 늦어질 수 있다.
만에 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네바다에서 극적으로 역전에 성공하고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에서 이기면 최종 승리를 할 거머쥘 수도 있다. 네바다 대신 애리조나를 트럼프가 차지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개표 상황과 득표 과정을 보면 이 같은 확률은 사실상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지역에서 무더기 소송을 제기한 것도 우편투표 개표가 이뤄질수록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방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핵심주에서 개표가 진행되면서 바이든의 (당선을 위한) 길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