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본업인 금융 관련법과 금융당국의 엄격한 허가에 따라 면허를 받고 영업 중이던 금융사들은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도 신고해야 하는지 여부를 몰랐거나 단순 실수로 누락했다고 강조한다. 수년간 등록 안 된 상태로 하루에도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결국 부가통신사업자 신고 의무를 두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처음 이슈가 불거진 것은 지난 3일 카카오페이의 미신고 상태가 밝혀지면서다. 2017년 4월 카카오에서 분사한 카카오페이는 출범한 뒤 약 3년 반만인 지난 2일에야 과기부에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무면허 영업’이란 지적까지 제기됐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핵심 라이선스인 전자금융업에 필요한 등록은 출범 당시 모두 마쳤는데 담당자의 실수로 부가통신사업자 신고가 누락됐다”며 “이제 등록을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후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과 농협은행, 지방은행, 국책은행 등도 미신고 상태임이 확인됐다. 롯데카드와 SBI저축은행을 포함한 대부분의 저축은행, 스노우·당근마켓·트위터코리아 등 직접적으로 통신망 기반 서비스를 하는 IT기업들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모두 신고 대상”이라는 과기부의 해석에 따라 대부분 최근 등록을 마쳤다. 카카오뱅크는 당초 “인터넷은행법을 근거로 은행업을 하고 있으므로 부가통신사업자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과기부 해석에 따라 결국 신고했다. 신고제인 부가통신사업은 규정에 맞춰 보고만 하면 당국의 별도 절차 없이 사업자로 즉시 등록된다.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안하는 기업 없는데…" |
과기부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부가통신 신고사업자는 총 1만5,031곳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이 시행된 1990년부터 30년간 신고한 사업자를 모두 합친 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모바일로 서비스하지 않는 기업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인데 부가통신사업자로 등록된 1만5,000곳이 아니면 모두 ‘무허가 업체’란 얘기냐”라며 “등록해도 안 해도 차이가 없는 낡은 규제인데 문제가 되니 개선 논의 없이 일단 신고하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본업에 맞는 허가 이미 완비..."규제를 위한 규제" 불만 |
가령 카카오페이는 2017년 4월14일자로 △전자지급결제대행업 △결제대금예치업 △전자고지결제업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 △직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 등 전자금융업종 5개에 대해 등록을 마쳤다. 카카오페이처럼 1개 이상의 업종을 영위할 경우 전자금융업자가 갖춰야 할 자본금은 최소 50억원이다. 부가통신사업자 신고 기준인 1억원보다 훨씬 자본금 문턱이 높다.
소관부처인 과기부는 일단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가통신사업 신고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신고 의무를 준수하도록 지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이 처음 제정됐을 때와 달리 인터넷·모바일을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일반화된데다 소관부처마저 관리를 하기 어려운 실정인 만큼 규제를 현실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엄격한 금융 관련법에 따라 허가를 받고 영업하는 금융사 입장에서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 아니지만 정부마저 방치하는 모양새다 보니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되지 않으려면 필요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