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000150)그룹이 건설과 베어스 등 계열사의 자산을 비롯해 알짜 부동산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일부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재정 상황이 어렵거나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은 회사의 자산을 넘겨 일단 숨통을 트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이 보유부지와 건물 등 비주력 자산을 매각하기 위한 계약을 이르면 이달 중순 캠코와 체결할 예정이다. 두산건설은 지난 7월부터 대우산업개발과 매각 협상을 이어갔지만 잠재 부실 가능성 등의 문제로 막바지에 논의가 종결되자 전략을 선회했다. 통매각이 여의치 않자 일단 유동성 확보와 자산 효율화에 나선 것이다.
이달 초 두산건설이 밸류웍스와 두산중공업의 베트남 하이퐁 법인(Doosan Heavy Industry Vietnam Haiphong Co)에 대한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두산메카텍에 흡수합병하기로 하자 매각에 다시 속도를 내기 위한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두산그룹은 매수 의지가 강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자 지난 상반기 두산건설을 물적분할한 뒤 신설법인인 ‘밸류그로스법인’에 일산 위브더제니스스퀘어·포천 칸리조트 개발사업 등과 같은 부실자산을 넘기기도 했다. 지난 9월 이지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두산건설 논현동 사옥 매각에도 캠코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그룹은 이와 함께 두산베어스의 일부 자산 역시 캠코로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두산베어스가 보유한 토지·건물 등 유형자산의 장부가액은 485억원이다. 서울을 연고로 두터운 팬을 확보한 두산베어스는 흑자 운영을 이어가는 몇 안 되는 야구단이다. 매출에서 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전 구단 중 가장 낮다. 그러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가 지속 되면서 올해 사정은 크게 악화했다. 오너일가의 야구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기는 하지만 사실상의 모든 계열사와 자산이 매각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두산베어스만 그대로 둘 명분 역시 부족하다. 두산그룹은 매각 의사가 없다며 줄곧 선을 그었지만 구조조정 주관사를 맡고 있는 크레딧스위스(CS)증권은 지난 상반기 금융지주와 같은 유력 원매자에게 야구단 인수 의향을 타진하기도 했다.
앞서 캠코는 마스턴투자운용의 두산타워 인수 금액 8,000억원 중 약 1,500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확보했다. 이는 캠코가 지난 6월부터 가동한 ‘기업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첫 사례였다. 해당 프로그램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이 자산을 헐값에 팔지 않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건물·사옥·공장 등 자산뿐 아니라 기업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등도 매입 대상이다. 캠코가 이를 직접 매입·보유 후 제3자에 매각하거나 영업용 자산을 기업에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