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윤 총장의 발언에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공무원”이라고 추 장관이 맞받아치는가 하면 최근에는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된 상황이다.
양측의 갈등은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국론 분열로 이어진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8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원인에 대한 질문에 ‘추 장관의 책임이 크다’고 응답한 비율은 36%였고 윤 총장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은 24%로 집계됐다. 단순히 추 장관이 윤 총장보다 더 잘못했다고 해석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여론이 쪼개져 있다고 해석하는 게 옳다. 이번 조사 결과를 응답자의 지지 정당별로 나눠 들여다보면 이 같은 해석이 보다 명확해진다. 여당 지지층에서는 윤 총장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48%로 많았고 추 장관에게 원인을 돌리는 응답은 8%에 불과했다. 반면 야당 지지층에서는 추 장관의 책임이 크다는 응답이 무려 84%에 달했다. 안 그래도 지지 정당에 따라 갈등이 심한 우리 정치지형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충돌이 민심 균열을 한층 부각시키고 있다.
국민들의 의견충돌은 민의를 반영하는 국회로 이어진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대검찰청을 방문해 검찰의 특수활동비 배정과 집행내역을 검증하기로 했다. 특활비라는 예산의 특성상 검증이 쉽지 않은 만큼 소속 정당에 따라 여당은 윤 총장을, 야당은 추 장관을 비판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국민들을 대표하는 국회가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문제를 더 큰 문제로 바꿔버리는 혼란의 정치가 우려되는 것이다.
결국 이 갈등을 해결하려면 추 장관과 윤 총장 두 사람이 나서야 한다. 과거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직후 윤 총장의 축하전화를 받고 윤 총장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며 “개인 간의 관계는 신경 쓰지 않고 헌법상 위임받은 권한을 존중하고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추 장관에게 전화를 건 윤 총장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양측 모두 인간적으로는 수용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겠지만 법치의 신뢰를 세우고 국민을 통합하는 두 가지 과제를 함께 푼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적극 소통하고 파국 없는 개혁의 해법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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