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제정의 계기가 된 고 김민식 군의 사고와 관련, 법원이 가해 차량 보험사에 김 군의 부모에 대한 배상책임 90%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천안지원 민사7단독 이정아 판사는 최근 김 군의 부모가 가해 차량의 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보험사는 유족에게 배상책임의 90%인 5억7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가해 차량 보험사 측은 사고가 김 군이 반대편 차로에 정차 중이던 차량 사이로 뛰어나와 발생한 것으로, 피고의 책임은 80% 이내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므로 피고 차량으로서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라고 하더라도 일단 정지해 주변을 살피고 진행했어야 한다고 판단되는 점 등에 비춰 피고의 책임을 9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안전 운전 의무를 위반해 사망이나 상해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교통 사망사고를 냈을 때 최대 무기징역을 받도록 처벌 수위를 강화했으며,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 중이다.
앞서 김 군은 지난해 9월 11일 오후 6시께 충남 아산의 한 중학교 앞 왕복 2차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로 숨졌다.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치사 및 치상죄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 운전자 A(44)씨는 1심에서 금고 2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8월 2심도 “사고로 인해 어린아이가 숨지거나 다친 데다 피해자 부모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한편 이날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시행된 민식이법을 계기로 운전자보험 판매가 급증했다. 손해보험사의 지난 2·4분기 운전자보험 신규 가입자의 첫 보험료(초회보험료)는 4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98.9% 증가했다. 2건 이상 복수 가입자 비중도 지난 3월까지 19.3∼20.1% 수준에서 머물다가 민식이법 제정 이후인 4월부터 상승해 6월 22.7%까지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