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 9’를 진행했던 황상무(56·사진) 전 앵커가 “KBS에 더 이상 머물 공간이 없다”며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회사가 한 쪽 진영에 서면 나머지 절반의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황 전 앵커는 9일 사내 알림 게시판에 글을 올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몸담았던 KBS를 떠나려고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김훈 작가의 ‘우리 사회는 지금 매일 욕지거리와 상소리, 악다구니로 해가 뜨고 지는 세상이 됐다’는 말을 인용하며 “불행하게도 그 한가운데에 KBS가 있다. 자초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념으로 사실을 가리거나 왜곡하려 드는 순간 KBS는 설 자리가 없다”며 “스스로를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만들고, 편들고자 했던 바로 그들로부터 업신여김이나 당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황 전 앵커는 상대를 쓸어버리겠다는 극단의 적대정치가 힘을 얻는 한, 이 땅에 킬링필드를 재현하는 것 외에는 해결방법이 없다. KBS가 이런 극단의 적대정치에 편승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용서와 화해, 치유와 통합은 KBS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황 전 앵커는 ”조롱과 경멸, 능멸과 조소, 비아냥을 접고 배려와 존중, 예의와 염치, 정중한 말투를 되찾아야 한다. 그게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1991년 입사해 사회부, 통일부, 정치부 등을 거쳤으며 뉴욕 특파원도 역임했다. 2002~2007년에는 KBS의 아침뉴스인 ‘뉴스광장’ 앵커를 맡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월부터는 메인뉴스인 ‘KBS 뉴스 9’의 앵커를 맡았다. 3년 넘게 앵커 자리를 지켜 왔던 황 전 앵커는 2018년 4월 새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앵커 자리에서 물러났다. 올 7월에는 ‘KBS뉴스9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인 연대서명’을 통해 양승동 사장의 대국민 사과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뉴스 9 앵커 시절 후배 기자들과 상당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각종 반발에도 강행할 당시 ”교과서에 이념을 넣으려고 들면 논쟁은 끝이 없고 우리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클로징 멘트를 넣어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16년 12월엔 앵커멘트로 표창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의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했다는 오보를 내기도 해, 노조로부터 퇴진 요구를 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