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화이자




할리우드 영화 ‘러브&드럭스’에서 매기(앤 해서웨이 분)의 남자친구인 제이미(제이크 질런홀 분)는 타고난 바람둥이다. 넘치는 바람기 때문에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난 제이미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취직해 인생 역전에 성공한다. 화이자가 개발한 비아그라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그는 승승장구하게 된다.

화이자는 1849년 독일계 미국인 찰스 화이자와 찰스 에르하르트가 뉴욕 브루클린에 설립한 ‘찰스 화이자 앤드 컴퍼니’로 시작됐다. 창업 초기 남북전쟁 특수로 급성장한 화이자는 1941년 페니실린 발효 기술을 개발하는 쾌거를 이뤘다. 페니실린 균주를 아미노산과 비타민·미네랄·페니 아세트산을 함유한 농축액이 담긴 탱크에 넣어 발효시키는 독특한 방법을 알아내 페니실린 대량 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화이자는 1944년 6월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연합군이 투입한 페니실린의 90%를 차지하면서 글로벌 메이저 제약업체로서 입지를 굳혔다.


화이자의 페니실린 대량 생산은 의약품 개발 역사에서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이후 페니실린을 바탕으로 수많은 항생제가 쏟아졌고 그 덕에 인류는 세균 감염의 고통에서 벗어나 평균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페니실린이 화이자의 도약 계기가 됐다면 비아그라는 화이자의 대명사 격이다. 화이자를 모르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비아그라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드물다. 본래 심장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비아그라는 성기능장애 환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으며 1998년 시판 첫해 7억8,800만달러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이어 2000년에는 전 세계 성기능장애 의약품 판매 시장을 92%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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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가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 임상실험 3상에서 90%의 유효성이 있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소식에 유럽과 뉴욕 증시는 급등했고,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놀랍다”며 흥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정말 대단한 뉴스”라고 썼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한 민관 파트너십 덕분”이라며 치적으로 자랑했다. 혹시 이 발표가 미국 대선 전에 나왔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문성진 논설위원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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