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을 치료할 새로운 단서가 발견됐다. 파킨슨병은 근육이 마비되거나 경련이 일어나 움직임이 둔화되는 질환으로 치매(알츠하이머병)에 이어 두 번째로 발병률이 높은 퇴행성 뇌질환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김재익 교수팀은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를 활성화해 파킨슨병 유발 운동 이상증을 정상 수준에 가깝게 완화시킬 수 있음을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12일 밝혔다.
세포내 단백질의 변형 과정(번역 후 변형. 세포속 DNA에 저장된 단백질 정보를 바탕으로 역시 세포내 기관인 리보솜에서 단백질이 합성되는 것을 번역이라 한다. 번역된 단백질에 당기, 인산기기 등이 붙은 과정을 번역 후 변형이라 한다. 번역 후 변형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단백질의 ‘세포 기능 조절’이라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의 한 종류인 오글루넥당화가 도파민 신경세포의 기능과 사멸에 관여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동물 모델에 적용한 결과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뇌 속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어 도파민 분비가 줄어든다. 도파민은 우리 몸의 수의운동(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운동. 컵을 들어 옮기거나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도 수의 운동의 결과다)과 근육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현재 파킨슨병 치료는 도파민을 보충해 운동 이상을 치료하는 대증 요법에 그치고 있다. 만약 도파민 신경세포의 ‘때 이른 죽음’의 원인을 알고 이를 막을 수 있다면 더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김 교수 연구팀은 오글루넥당화 활성화를 통해 도파민 신경세포의 조기사멸을 억제할 수 있음을 보였다. 오글루넥당화가 경쟁 관계에 있는 인산화를 억제했기 때문이다. 인산화 역시 정상적인 단백질 번역 후 변형 과정 중 하나이지만 최근 과도한 단백질의 인산화가 신경세포 조기사멸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파킨슨병 모델쥐에 오글루넥당 분해를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자 도파민 신경세포가 일찍 죽는 현상이 억제되고 운동 이상 증상이 크게 완화됐다. 연구진은 당기와 인산기가 단백질 아미노산 사슬의 같은 위치에 경쟁적으로 붙는다는 점과 오글루넥당화가 뇌에서 가장 활발히 일어난다는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재익 교수는 “오글루넥당화는 그동안 신경세포와 신경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추측됐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뇌 안의 다양한 종류의 신경세포 중 도파민 신경세포에 작용하는 오글루넥당화의 새로운 역할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난치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의 신경세포 조기 사멸의 원인으로 단백질 과인산화가 지목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오글루넥당화로 과인산화를 억제해 근본적인 퇴행성 뇌질환 치료 가능성을 보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학, 그리고 중개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브레인(Brain)에 11월 9일자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