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전 포상 심사에서 기준 미달로 탈락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시아버지 고 이기을 연세대 명예교수가 독립유공자로 선정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손혜원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부친도 7번째 신청 만에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바 있다.
12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지난 3일 이 교수의 독립유공자 포상 대상자 선정 관련 안건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지난 4월 신청서를 낸 지 7개월 만이다. 고인은 생전인 지난 1983년에도 한 차례 독립유공자 포상 신청을 했으나 탈락했다. 이 교수는 지난달 13일 9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번에 훈격이 인정됨에 따라 유족은 매월 74만3,000원의 보훈 급여를 받게 된다. 이 교수의 대통령 표창은 오는 17일 순국선열의 날에 유족에게 수여될 예정이다.
함남 북청 출신인 이 교수는 일제 말기 이른바 ‘중앙고보 5인 독서회’ 사건에 가담했다. 5인 독서회는 이 교수 등 중앙고보 4학년생 5명이 1940년 민족정기 고취, 독립 쟁취를 목적으로 고(故) 최복현 선생의 지도 아래 만든 단체다. 이듬해 여름방학에 한 학생의 연락 편지가 일본 경찰에 발각되면서 이 교수 역시 검거돼 함흥교도소에서 1개월 20여 일간 옥살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방 후 이 교수는 1943년 연희전문학교(연세대 전신) 상과에 입학했으나 그해 말 일본군 학병이 돼 일본에서 해방을 맞았다. 해방 후에는 1947년 연희전문, 1952년 연대 상경대를 졸업하고 1955∼1989년 연세대 교수로 재직했다.
기존에는 독립유공자 포상 최소 기준이 ‘수형(옥고) 3개월 이상 또는 독립운동 활동 6개월 이상’이어서 1개월가량 옥고를 치른 이 교수는 포상 자격에 해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18년 광복절 계기 포상 심사부터는 ‘명백한 독립운동 사실 확인 시 최소 수형(옥고) 기준 완화’라는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보훈처는 이번 고인의 훈격도 포상 심사 기준이 일부 완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손 최고위원의 부친 손용우 선생은 1940년 서울에서 일제의 패전을 선전하다 체포돼 징역 1년 6개월을 받았다. 광복 후 조선공산당에서 활동한 이력 때문에 보훈심사에서 6차례 탈락했고, 지난해 7번째 신청 만에 독립유공자로 선정됐다. 당시 손 최고위원이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을 만난 사실이 알려지며 부친 독립유공자 선정 청탁 의혹이 제기됐었다. 검찰은 해당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