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추어탕으로 시작하는 여행

손병환 농협은행장

손병환 농협은행장손병환 농협은행장



어느덧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가을의 끝자락이다. 찬바람을 마주하다 보면 몸은 으슬으슬 거리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보양식이 떠오른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가을부터 맛이 나는, 이름에 가을(秋)을 담고 있는 추어탕(鰍魚湯) 한 그릇이 생각난다. 겨울 동면을 준비하는 미꾸라지는 가을에 살을 찌워 가을이 가장 맛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추어탕은 지역마다 먹는 법이 다르다. 어릴적 경상도에 살았던 필자는 서울에 올라와서 맛본 추어탕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경상도에서는 미꾸라지를 삶아 으깨어 된장, 우거지, 토란대, 부추를 더해 순하고 담백한 맛의 추어탕을 끓인다. 하지만 서울에서 처음 경험한 추어탕은 필자의 생각과는 달랐다. 통째로 넣은 미꾸라지에 고추장, 고춧가루로 양념한 얼큰한 추어탕이 앞에 나타난 것이다.

독자들이 생각하는 추어탕은 위에 설명과는 다를 수 있다. 요즘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추어탕은 전라도의 남원식 추어탕이기 때문이다. 남원식 추어탕은 경상도처럼 미꾸라지를 삶아 으깨서 끓이지만 된장과 들깨가루를 넣어 걸쭉하고 고소하게 끓이는 게 특징이다. 남원식 추어탕도 맛있지만 어렸을 적 맛보았던 경상도식 추어탕이 가끔 생각이 난다. 그것만의 특색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부터 우리는 8도로 구분된 지방 행정구역을 가지고 있다. 산맥과 강을 중심으로 나뉘어져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지역은 각각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추어탕처럼 이름은 같지만 각 지역별로 특화된 음식이 있는가 하면, 춘천 닭갈비, 보성 벌교꼬막, 여수 갓김치, 안동 찜닭, 진주 냉면 등 지역 고유의 음식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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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이때,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국내여행을 추천한다. 지역별 추어탕 도장 깨기, 지역별 대표음식 먹기 등 테마가 있는 여행이 좋을 듯 하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붐비는 유명 여행지가 부담스럽다면 코로나19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농촌으로의 힐링 여행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요즘의 농촌여행은 각종 테마를 갖추고 있다. 논과 밭만 구경하는 곳이 아닌, 같이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농촌마을이 늘어가고 있다. 사과를 따서 잼을 만들고, 추수가 끝난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만든다.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이라면 인터넷 홈페이지 웰촌이나 농협 팜스테이에 접속해보자. 계절·테마별 여행지와 각종 체험프로그램 등 여행에 필요한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하는 농촌마을 여행비용 30%(최대 3만원) 할인 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참여해 보자.

이번 주말 도시에서의 생활에만 익숙해진 ‘나’와 아이들에게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대한민국의 다양한 맛을 소개해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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