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 시너지 기대...관건은

[시그널]합병땐 보유항공기 240대로

경쟁 상대 에어프랑스 등 앞질러

'최대주주' 3자연합 설득이 관건

아시아나 정상화자금 마련도 난제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을 인수하는 ‘빅딜’이 성사될 경우 매출 규모 20조원에 육박하는 세계 10위권의 국적항공사가 탄생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백척간두에 선 항공업 구조조정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한진칼(180640) 최대주주인 3자 연합의 반발과 아시아나항공 자본 확충에 필요한 자금 마련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12일 관계부처 및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항공업 빅딜의 밑그림을 그린 것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에도 현대중공업을 끌어들여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성공으로 이끈 바 있다. HDC현대산업개발(294870)과 맺었던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이 무산된 지난 10월 이후 한진그룹과 접촉하는 것과 동시에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를 설득해 협상 테이블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빅딜이 성공할 경우 시너지 효과는 막대하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의 매출액은 12조6,834억원.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6조9,658억원)을 합하면 19조6,492억원에 달한다. 보유 항공기 대수도 259대로 늘어 경쟁사인 에어프랑스(225대) 등을 앞지른다. 저비용항공사(LCC)를 포함한 국내선 기준 수송객 점유율도 62.5%까지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중복된 항공기 노선 등을 단일화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진다.


정책당국이 빅딜에 힘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은은 HDC현산과의 계약이 무산된 뒤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투입했다. 또 금호리조트 매각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지만 뚜렷한 해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 ‘빅딜안’을 두고 최근 기재부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해보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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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매각 성공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한진칼 최대주주인 3자 연합의 반발을 딛고 유상증자에 성공해야 한다. 한진칼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반도건설이 꾸린 3자 연합이 45.23%,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43.83%의 지분을 각각 쥐고 있다.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한 후 3자 연합은 지분을 추가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3자 연합으로서는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산은이 유상증자로 3대 주주에 올라서는 상황을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3자 연합은 이사회 진입을 위해 이르면 다음주께 임시주총 소집을 제안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필요한 돈이 없는 것도 문제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30.77%)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돈으로 인수할 수 있다. 자본잠식 위기를 타개하고 2,291%(상반기 말 기준)에 달한 부채비율을 낮추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전에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필요하다고 책정했던 자본확충 금액은 2조1,772억원에 이른다.

반면 한진칼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초라한 수준이다. 상반기 말 기준 당장 꺼내 쓸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을 합한 금액은 2,821억원에 불과하다. 1년 안에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동원 가능한 돈은 4,226억원 정도다. 산은의 자금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을 산은이 추가 지원할 경우 특혜 시비가 일 가능성도 있다.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산은은 이번 항공업 빅딜과 관련해 “여러 옵션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상훈·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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