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둔 여야의 신경전이 선을 넘고 있다. ‘친일파’가 등장하는가 하면 “한글도 못 배웠나”는 식의 비판도 나온다. 1차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마무리됐고 여당은 이달 내 출범을 선언한 상황이다. 야당은 추천위원을 통한 공수처장 후보 ‘거부(비토)권’을 고려하면서 공수처가 권력형 비리 수사를 덮을 것이라는 여론전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2일 공수처장 후보 선정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한 석동현 변호사에 대해 “석 변호사는 ‘공수처는 태어나선 안 될 괴물’이라는 입장을 쓸 만큼 잘 알려진 공수처 반대론자”라며 “국민을 조롱하는 것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인물을 후보로 내세운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국민의힘의 친일파 공수처장 후보 추천은 국민을 조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 변호사가 지난해 전광훈 목사 등이 참석한 집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한 것을 예로 들었다.
주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저급한 이야기를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면 친일파도 기꺼이 하겠다는 말을 왜곡했다”며 “같은 국어를 배우고 한글을 배운 사람이 그걸 그렇게 모르나”라고 했다.
석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에게’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지사도 정권의 눈 밖에 나면 시민단체의 고발장 한 장으로 공수처에 불려가 조사받는 지경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공수처가 괴물이 될 수도 있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지사가) 저를 ‘친일파 공수처장 후보’라고 했는데, 공수처장이 되고 안 되고 간에 ‘닥치고 친일’이 아니”라며 “우리나라 안보와 국민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한도에서 일본과 협력할 부분을 협력하며 잘 지내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야는 이날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2차 정당 정책토론회’에서도 공수처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검찰개혁의 목표는 검찰이 독점하는 기소권을 공수처와 나눠 서로 견제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어떻게 공수처를 잘 구성하느냐를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도 “공수처법이 통과된 지가 언제인데 그저 몽니를 부리는 국민의힘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을 몰아내고 게슈타포처럼 말 안 듣는 검사와 판사, 공무원을 솎아내기 위한 기구로 악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인사·수사지휘·감찰권 남용으로 올바르게 수사하려는 검찰을 핍박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현 정부의 충견 노릇만 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했다.
또 최형두 의원은 “공수처는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으로부터 권력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송기헌 의원은 “공수처는 윤석열 이전부터 준비한 기관이지만 최근 윤 총장의 모습을 볼 때 정말 필요하다”고 맞받았다.
한편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13일 회의를 열고 최종 후보 2인을 선정하기 위한 심사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