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이 공모주 투기 열풍에 편승해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는 점이 걱정스럽습니다(자산운용사 관계자).”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공모주 배정 및 IPO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는 금융당국의 제도 개편 추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개인배정 물량을 기존 20%에서 최대 30%로 확대하고 개인 물량 중 일부를 균등방식으로 바꾸는 정부안이 공개됐다.
하지만 공개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주최 측인 금융투자협회에서 섭외한 패널 5명 전원이 개인배정 물량 확대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례적인 광경이 연출됐다.
전진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공모주 열풍은 개인 직접 투자의 증가로 감성적 투자가 확대된 데 따른 것”이라며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 여기에 정책을 끼워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하이일드펀드의 배정 물량 중 5%를 개인에게 배정하기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중곤 NH투자증권 ECM 부문 상무는 “개인의 공모주 투자를 독려하고 싶다면 차라리 자금이 빠지고 있는 공모주 펀드를 활성화해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개인투자자의 반발에 동조해 성급하게 제도 손질에 나선 당국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이진우 삼프로TV 대표는 “공모주 제도 개편은 돈이 될 게 뻔한 공모주를 왜 제대로 분배하지 않느냐는 감성 차원의 문제라서 배정방식을 일부 바꾸는 것만으로는 언제든 다시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공청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제한된 인원에 대해 사전신청을 받았고 참석자는 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관계자들로 구성됐다. 질의응답 때도 금융당국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기관이 아니라 개인의 비중을 현재보다 더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인들이 공모주의 변동성이나 밸류에이션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하이일드펀드·코스닥벤처펀드처럼 정책성 상품이 2~3년 있다가 없어지는 게 반복되는데 정책상품이 영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모주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열린 공청회에서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노골적인 반발이 나오며 금융당국의 최종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더 커지게 됐다. 공청회의 분위기와 달리 이날 금융당국의 공모주 제도 개선안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 개인투자자는 “두고 보기는 해야겠지만 각종 온라인 카페나 투자 소모임 등지에서는 개인 물량을 늘리는 부분은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