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강경화, 대일 외교서도 '패싱'…"도쿄올림픽 구상 협의 안해"

'한일 공동선언' 등 박지원·민주당이 주도하는 듯

'공무원 피살' 때도 靑회의·오찬 등에 참석 못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최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여야 의원들이 ‘내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일 관계를 복원해 보자’는 구상을 일본 정부에 전달한 가운데 정작 외교 주무부처 수장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관련 협의 과정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북한 피살 사건 때도 이미 ‘강 장관 패싱 논란’ 불거진 상태에서 불협화음이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강 장관은 지난 13일 SBS 8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난 박지원 국정원장의 ‘한일 정상 공동선언 제안’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국정원장께서 하신 말씀에 대해서 제가 평가를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닌 것 같다”며 “이 사안 자체에 대해서는 외교부로서는 충분히 협의를 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진행되는 대일 외교에서 외교부 패싱이 있었음을 사실상 자인한 것이다. ‘박 원장이 일본에 가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느냐’는 추가 질문에는 “사전에 인지는 늘 하고 있지만 (일본에) 가셔서 하시는 말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평가 드릴 위치가 아니다”라고 말을 돌렸다.

박 원장과 이낙연 대표, 국회의원들이 주장하는 ‘내년 도쿄올림픽 계기의 한일 정상 간 협의’와 관련해서도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이 된다”면서도 “외교당국, 외교부, 안보 부처 사이에 충분히 협의가 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연말 개각 때 거취에 관한 질의엔 “임명권자(문재인 대통령)께서 필요하다고 하실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을 따름”이라고만 말했다.


박 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더불어민주당)등 여야 의원들은 최근 잇따라 스가 총리를 만나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그 전까지 정상 공동선언 등 한일관계를 회복하자는 취지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대표도 지난 1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취지의 구상을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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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은 이 과정에서 소외된 것으로 진단된다. 그간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공무원들의 노력만으로 한일 관계 복원에 한계를 내비친 데다 최근 한미일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사실상 당선되면서 정치인들끼리 정치적으로 양국 관계를 풀어보기로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강 장관은 주요 외교안보 현안 구상 작업에서 제외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 장관은 지난 9월23~24일 북한의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긴급관계장관회의 소집 때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또 이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장관급 인사 4∼5명이 주요 현안을 논의한 오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강 장관은 지난달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긴급관계장관회의 소집을 외교부 직원들도 언론을 보고 알았다며 “연락을 받지 못한 부분은 분명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해 다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귀 시정을 요구했고 시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중요한 회의를 외교부가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저를 패싱하기 위해 한 회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찬과 관련해서는 “시간 되는 사람끼리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고 저도 수시로 그런 오찬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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