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언급하며 “대선 출마 행사를 한다면 축하하겠다”며 당내 대선주자 띄우기에 돌입했다. 김 위원장은 1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내에서 대통령에 출마하려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느 정도 의사를 표명한 사람은 지금 세 사람밖에 없다. 유승민·오세훈·원희룡”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유 전 의원이 16일 국회의사당 앞에 ‘희망22’ 사무실을 열고 주택 문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과 관련, “당내에 있는 사람으로서 대선을 준비하는 개소식을 처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시작을 축하하러 간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원 지사와 오 전 시장에 대해서도 “비슷한 행사를 한다면 다 가서 축하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언급은 앞으로 당내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보수 대권후보 경쟁의 판 깔기에 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과거 보수 진영 대선주자를 향해 “시효가 끝났다”며 새 인물 영입을 시사한 뒤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취임 당시 지난 대선에 출마한 유 전 의원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두고 “시효가 끝났다”고 평가한 바 있다. 오 전 시장을 만나서는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로 시장직을 사퇴한 일에 대해 “참 바보 같다”고 지적했다. 또 대선주자로 ‘70년대생·경제통’을 제시하며 당내에서는 “뚜렷한 인물이 없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의 기반인 영남·보수층이 이탈하며 지지율이 추락하자 대선주자를 다독이면서 ‘집토끼’ 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9월 (리얼미터·주간 기준)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에서 40%를 웃돈 후 10월 30%대 초반으로 하락한 뒤 아직도 40%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 같은 지지율 하락은 김 위원장이 보수 진영의 가치와 동떨어진 정책에 관심을 보이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인 데 따른 것이라는 게 당내 의원들의 진단이다. 실제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해 의견을 달리하며 경영계와의 만남이 불발되기도 했다. 또 기업규제(공정경제) 3법에 찬성한 김 위원장과는 달리 당내 의원들은 경영권 강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는 등 김 위원장과 정책적 방향성을 달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지지층 결집을 외치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신당 창당을 거론하는 등 김종인 비대위를 본격적으로 흔들자 김 위원장이 내부 단속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지지층을 다독인 뒤 내년 4월 재보궐선거를 위한 흥행몰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외부에서 온 지도자라 영남권 사람들이 작은 실수에도 안아주기보다 외면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당 의원 대부분은 김종인 비대위를 중심으로 내년 4월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