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차기 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전이 교섭이 아닌 투쟁을 중심으로 치러지고 있다. 국회가 올해 안으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집단적 노사관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되자 ‘노동 개악’이라며 강경론을 주장하는 후보들에게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에 당선되는 후보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 3년이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현 정부 마지막 해인 내년은 물론 앞으로도 교섭보다는 투쟁을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복수의 노동계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노총 차기 위원장 선거는 3번 양경수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그 뒤를 1번 김상구 후보와 2번 이영주 후보가 뒤쫓는 양상으로 치러지고 있다. 양 후보는 경기본부장 출신으로 민주노총 내 최대 정파인 전국회의가 지지하며 이 후보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때 사무총장을 지낸 현장파 출신이다. 김 후보는 전 금속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사회적 대화와 투쟁 병행’을 내걸고 기존 정파 이외의 후보로 출마 했지만 세를 불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 후보와 이 후보는 ‘강경 투쟁 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3일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1차 토론회에서 양 후보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에 대해 이미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로) 결정된 것을 다시 언급하는 게 부적절하다”며 “투쟁이 거세된 상황에서의 대화는 의미 없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도 “한국의 노동환경에 맞는 교섭은 (노사정이 아닌) 노정교섭”이라며 “노동 개악을 막기 위해 11월 30일 총파업 할 것을 결의해달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대화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것인지’가 위원장 선거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뒤집고 오히려 ‘투쟁’이 강조되는 모양새다. 상호 토론에서 양 후보는 “김상구 후보 공약에 ‘취임 이내 100일 동안 국회·사용자단체 대표를 만나겠다고 했는데 투쟁하는 노동자의 곁으로 가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김 후보는 “재벌 총수와 만나서 협상하는 게 아니라 대정부교섭이 필요하면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식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 참여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가 투쟁을 중심으로 치러지는 것은 국회의 노동법 처리와 민주노총 내 세 싸움이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17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법안 심사에 돌입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은 이중 핵심 사안으로 민주노총은 △핵심·생산 주요 시설에서의 일부·전부 점거 쟁의행위 금지 △사업장 노조 조합원 외 사람의 사업장 출입 여부를 노사 합의로 허용 등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개악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당선된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 3년으로 이대로 ‘투쟁’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앞으로 노사정 중심의 사회적 대화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는 26일부터 시작되며 이틀 후인 28일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가 개시된다. 일정이 맞물려 강경 주장은 더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내에서는 “사회적 대화 없이 특수 근로형태종사자(특고) 등 노조 밖의 사람들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가 정파 세 몰이로 흘러갈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했을 것”이라며 “다만 조합원이 직접 투표했을 때의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