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의 탄핵 이후 페루의 임시대통령직에 오른 마누엘 메리노가 반(反)정부 시위대의 압박으로 취임 닷새 만에 사임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메리노 임시 대통령은 이날 TV 중계 연설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히며 “모든 페루인의 평화와 단결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의회는 이날 늦게 현재 의원 중에서 새로운 대통령을 임명하겠다며 임시 대통령의 사임을 공식화했다.
메리노 임시 대통령은 수년 전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마르틴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9일 의회로부터 탄핵당한 후 하루 만에 취임했다. 부패척결 운동을 전개하며 페루 국민들로부터 개혁적 지도자로 여겨지던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뇌물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페루 국민들은 검찰 수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성급한 탄핵 결정에 거센 항의시위를 벌여왔다. 특히 전날 밤 시위 참가자 2명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뒤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자 메리노 임시 대통령도 압박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위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은 의회가 후임 대통령을 지명하는 상황에 대한 반발이 빗발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의회가 비스카라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소수 의원들 중 후임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페루의 알렉산드라 에임스 정치분석가는 “그들(시민)은 사임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시위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