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수 중소기업중앙회 서울중소기업회장은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든 민족”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국내 인쇄산업은 사양길이다.
코로나19로 문화공연은 물론 각종 행사, 초중고의 등교 등이 차질을 빚으면서 인쇄산업도 겪어보지 못한 불황을 맞고 있다. 김 회장은 “문화공연인 학교 개학 등이 차질을 빚으면서 인쇄물량 자체가 사라졌다”며 “인쇄업체가 많은 을지로에는 자고 일어나면 해체된 인쇄 기계들이 매물로 나와 순식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인쇄업체들은 사양산업이라는 오명을 거부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류 스타들의 브로슈어 등을 제작해 남미 등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데 현지의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김 회장은 “한국의 경우 인쇄 기술이 발달해서 색감이나 디자인 등이 다른 어떤 나라도 따라갈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인쇄하면 종이에 인쇄하는 것만을 생각하지만 영상에 입히는 디지털 인쇄술 역시 경쟁력을 갖춘 수출품”이라고 강조했다. 아쉬운 점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인쇄기술을 가진 한국의 인쇄기업들이 수백 년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조광’과 ‘춘추’, ‘문장’ 등의 잡지와 크리스마스 씰, ‘철수와 영희’가 등장하는 초등학교 교과서를 찍어 내던 국내서 가장 오래된 인쇄업체인 보진재가 올해 초 108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사라진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가업을 이어오면서 존속하는 것 자체만으로 역사가 되는 업체들이 많은데 다양한 이유로 경영 어려움에 처할 때 정부가 지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김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과거의 기업들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며 “100년 이상 된 기업은 ‘산업 문화재’처럼 여겨서 정부가 직간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