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구·경북 "영남권 분열 몰아간다"…부산·경남 "역사적 결정"

[정치논리에 또 뒤집힌 동남권 신공항]

■두쪽으로 갈라진 민심

"선거목적 이용…국민약속 뒷전"

TK '뒤집힌 결정'에 강력 반발

"가덕신공항 즉각 건설 나서야"

PK 정치권·시민사회 일제 환영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가 사업 타당성 검증 결과를 발표한 17일 김해국제공항 입구에 김해공항 확장안을 지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부산=연합뉴스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가 사업 타당성 검증 결과를 발표한 17일 김해국제공항 입구에 김해공항 확장안을 지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부산=연합뉴스



정부가 정치논리를 앞세워 김해신공항 건설계획을 사실상 폐기하면서 부산·경남(PK) 지역과 대구·경북(TK) 지역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PK 지역에서 그동안 찬성해온 가덕신공항이 유력 후보지로 부상하자 TK 지역은 특단의 조치까지 취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에 경기 수원시와 전북 군산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신공항 유치에 사활을 걸겠다는 입장이어서 또 다른 지역갈등이 예고된다.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건설계획에 근본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기존 결정을 뒤집자 가덕신공항 건설을 고수해온 PK 지역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가덕신공항이 차기 후보지로 낙점될 것이라는 전망에 PK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한껏 기대감을 보였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역사적 결정이자 정부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준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동남권 관문공항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국가사업인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라도 모든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해 가덕신공항이 조속히 건설돼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가덕신공항은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고 부산·울산·경남이 신공항을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것은 물론 부울경이 철도·해양·항공 물류의 중심지역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며 “가덕신공항 문제를 패스트트랙에 올리고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여야가 함께 힘을 모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부산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국토교통부는 이번 검증위원회의 발표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하루빨리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폐기하고 800만 부울경 시·도민이 바라는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TK 지역은 정부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발표에 강력히 반발했다. 가덕도에 동남권 신공항이 들어서면 TK 지역민의 접근성이 떨어져 동남권 관문공항이라는 명분 자체가 사라진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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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공동 입장문에서 “영남권을 또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은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오랜 갈등과 논란 끝에 세계적 공항전문기관(ADPi)의 용역을 거쳐 영남권 5개 시도 합의를 통해 결정된 중요한 국가 정책사업”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12월 부울경의 억지요구로 김해신공항 검증을 시작하면서도 총리실은 ‘정치적 판단을 일체 배제하고 오로지 기술적 부분만 검증하겠다’고 밝혔고 검증 과정에서 국토부는 안전성 등에 문제가 없어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공언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국가 균형발전과 국민과의 약속은 뒷전이고 신공항 문제를 오로지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국민들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절차는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정치논리를 앞세워 김해신공항을 원점으로 되돌리면서 신공항 건설을 추진해온 다른 지자체도 신공항 유치를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김해공항이 아닌 다른 곳에 새 공항이 들어서는 것이 유력한 만큼 지역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신공항 건설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새만금개발청은 5월 전북 군산시에 이른바 새만금신공항을 조성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지난해 1월 그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부족으로 평가받았던 새만금신공항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주는 등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군산시는 새만금신공항이 건설되면 오는 2025년 연간 이용객이 67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신공항 유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경기 수원시를 중심으로 한 경기 남부권 지자체들도 경기남부신공항 유치를 공론화하고 있다. 인구 1,000만명이 넘는 경기남부권의 교통편의를 위해 신공항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좌우하는 신공항 건설사업에 정치논리가 개입하면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막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건설된 무안공항과 양양공항이 대표적이다. 무안공항은 수요예측 당시 연간 이용객 850만명 안팎을 예상했지만 지난해 이용객은 89만5,000여명에 그쳤다. 양양공항도 수요예측에서는 연간 이용객 200만명이 나왔지만 지난해 5만4,000여명만 찾았을 뿐이다.
/이지성기자 전국종합 engine@sedaily.com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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