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초강력 제재에 직면한 중국 화웨이가 결국 자사의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를 매각하기로 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1위 자리를 놓고 화웨이의 맹렬한 추격을 받던 삼성전자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아너 브랜드’를 새로 인수한 기업이 중국 국유기업이라는 점에서 미국 제재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중국 경제매체 매일경제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날 오전 발표한 성명에서 아너 브랜드 부문을 분할해 즈신신정보기술이라는 업체에 팔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매각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화웨이는 향후 아너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측은 “(미국의 제재로) 산업기술 요소를 계속 획득하기가 어렵게 됐다”며 “향후 아너 협력업체와 판매상들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체 아너 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화웨이의 아너 분리 매각은 일단 삼성에 호재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맹추격하던 화웨이가 분할됐기 때문이다. 보급형 중저가인 아너 브랜드는 화웨이 전체 판매에서 약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화웨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침체와 함께 미국의 고강도 제재가 겹치면서 지난 3·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5,090만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8%나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화웨이의 3·4분기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4%로 전년 동기 대비 4%포인트나 떨어졌다. 삼성의 3·4분기 점유율은 22%였다. 외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의 제재 탓에 화웨이가 첨단 고가 스마트폰 제품과 기업 대상 사업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전했다.
아너 브랜드를 인수한 즈신신정보기술이라는 업체도 논란이다. 이 업체는 9월에 설립된 신생기업으로 중국 광둥성 선전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100% 지분을 소유한 선전시 스마트도시과학기술발전집단이 98.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사실상 선전시 정부가 화웨이로부터 아너를 인수하는 셈이다. 화웨이 측은 30여곳의 아너 판매상들 주도로 설립된 회사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 정부에 부담을 떠넘겼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가 새로운 아너 브랜드 소유 기업에 반도체를 공급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