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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한 ‘반도체 굴기’…中 칭화유니, 부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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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인 칭화유니그룹이 13억위안(약 2,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에 실패해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첨단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칭화유니가 지난 16일 만기가 돌아왔던 13억위안 규모의 회사채 ‘17쯔광PPN005’의 만기 연장을 채권단에 요청했지만 최종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13일 상하이은행이 주관한 채권단 회의에서 칭화유니는 원금 1억위안을 먼저 갚고 나머지는 6개월 뒤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채권단의 86%가 이 제안에 동의했지만 최대 채권자인 중국국제캐피털과 화타이증권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차이신은 “만기를 연장해준다고 해도 향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됐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기업이 회사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해도 곧바로 부도로 이어지지는 않고 일정 기간 은행으로부터 운전자금도 빌려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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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화유니가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과잉투자 때문이다. 원래 칭화유니는 낸드플래시 업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졸업한 칭화대가 51%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국유기업이다. 하지만 핵심기술인 D램 분야에서 푸젠진화 등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중국 정부는 칭화유니까지 D램 분야에서 뛰게 했다. 충칭 D램 공장 등 막대한 투자에 비해 기존 낸드플래시까지 판매가 부진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칭화유니의 6월 말 기준 부채는 1,566억위안이며 이 가운데 50% 이상이 1년 미만의 단기 채무다. 반면 현금은 40억위안에 불과하다. 칭화유니는 올해 상반기에만 33억위안의 적자를 냈다.

중국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칭화유니가 파산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시진핑의 핵심사업인 ‘반도체 굴기’는 차질을 빚게 됐다. 이날 칭화유니의 신용등급은 기존 ‘AAA’에서 투자등급 중에 가장 낮은 ‘BBB’로 급전직하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반도체 업계에 옥석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 ‘돈 퍼주기’만으로 반도체 국산화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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