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코로나 경제 쇼크에 코너 몰린 지방기업…파산신청 전체 60% 육박

전체 58% 차지…서울 기업 대비 급증

제조업 중심지 부·울·경 특히 많아

내년 더 늘어나고 경제타격 커질듯

대구에 위치한 한 공장 모습/서울경제DB대구에 위치한 한 공장 모습/서울경제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한파가 서울보다 지방 기업에 더욱 가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파산신청이 지방을 중심으로 급증하면서 처음으로 60%에 달했는데 부산·울산·경남 등 제조업 중심지에 위치한 기업들이 특히 많아 지역 경제와 일자리는 물론 경제 전반에 미칠 타격이 우려된다. 경기 부진에 따른 기업파산이 중장기적인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보다 내년 이후에 더 급증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17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올해 법인파산신청은 총 815건이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지난 2013년 이후 3·4분기를 기준으로 가장 많은 것이다. 파산신청을 한 기업들 가운데 지방 기업의 비중이 유독 크게 늘었다. 9월까지 기업파산을 신청한 서울 소재 기업들은 345곳으로 전년 동기(321건) 대비 7.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지방 기업들은 벌써 470곳이 파산을 신청해 전년(370건) 대비 27%나 급증했다. 연초부터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제를 강타한 코로나19 쇼크가 서울보다 지방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전체 법인파산신청 건 가운데 지방 기업의 비중을 살펴봐도 코로나19 쇼크가 지방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법인파산신청 기업 가운데 지방 업체의 비중은 2015년 47%로 서울보다 작았지만 2018년 50%로 같았고 지난해에는 52%로 서울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올해는 9월 기준으로 전체 파산신청 기업 815곳 가운데 지방 기업이 470곳으로 58%에 달했다. 불과 1년 만에 6%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코로나19 충격 확산을 고려하면 4·4분기에는 더 늘어 올해 법인파산신청 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지방 기업이 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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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방 기업 중에서도 제조업의 메카인 부울경에서 파산을 신청한 기업들이 많다는 점이다. 조선업과 해운업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부산의 경우 9월 기준 부산지방법원에 신청된 법인파산신청 건수가 45건으로 벌써 지난해의 28건을 넘어섰다. 상반기에 코로나19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대구의 경우 파산신청 기업이 55곳으로 부산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그나마 울산이 12곳으로 숫자가 적은 편이기는 하지만 4·4분기를 합치면 지난해의 14곳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은 호남권도 마찬가지다. 부울경만큼은 아니지만 제조 업체들이 자리 잡은 광주의 경우 9월 기준 법인파산신청 업체 수가 29곳으로 이미 지난해의 19곳을 넘어섰다. 전주도 21곳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치를 기록해 4·4분기를 합치면 법인파산신청 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법인파산 전문 판사는 “회생이나 파산은 경기 후행지표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지방 기업들의 법인파산신청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환경이 개선되지 않자 회생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9월까지 전국 법원에 법인회생을 신청한 기업들은 515곳으로 전년 동기(566곳) 대비 9% 감소했다. 2017년 448곳을 기록한 후 매년 회생신청 기업이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만 유독 줄어든 것이 눈에 띈다.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회복되지 않자 회생 대신 파산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된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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