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시장 불안이 매매시장으로까지 옮겨붙는 양상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최악의 타이밍’에 임대차 3법을 서둘러 강행한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서울의 전입 가구가 예년보다 급격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무리하게 새 임대차법을 시행해 수요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한 상황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낙연 대표도 뒤늦게 사과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3·4분기 총가구 수는 440만 5,833가구로 집계됐다. 전년 말 대비 7만 8,228가구 늘었다.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최대 수준이며 3개 분기 만에 지난해 신규 전입 가구 수(6만3,737가구)를 넘어선 것이다. 올해 서울 전입 가구 수는 2018년(4만3,786가구)의 두 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구 수 폭증했는데 신축 준공은 찔끔=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총인구는 지난 2010년 1,057만5,447명을 변곡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는 3·4분기 기준 995만3,009명까지 줄었다.
이와 달리 서울의 가구 수는 2010년 이후 횡보세를 보이다 2017년부터 뚜렷한 증가추세를 보였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3만 243가구, 4만 3,786가구 늘었고 지난해에는 6만 3,737가구까지 증가했다. 올해는 3·4분기까지만 7만 8,228가구가 늘었다. 이는 2010년 이후 최대 수준이며 3개 분기 만에 지난해 신규 전입 가구 수(6만3,737가구)를 넘어선 것이다.
가구 수가 늘면 주택수요도 자연스레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서울의 신규 준공 주택 수는 2018년 이후에도 매년 7만가구 수준이다. 올해는 9월까지 총 6만5,508가구를 준공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44가구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신규 전입 가구 수와 비교하면 1만2,000가구 이상 부족한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주택수요는 급증하고 주택공급이 위축되는 가운데 새 임대차법이 시행돼 임대물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대차법 시행 과정도 앞뒤가 뒤바뀌어 혼란이 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임대차 시장의 구조를 파악한 후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시행하는 게 순서가 맞았다”며 “시행 방식도 지금과 같이 전격적인 도입 대신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주택 유형부터 적용한 후 점차 확대하는 방식으로 했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1인 가구 대비 없어 크나큰 패착 = 이낙연 여당 대표도 뒤늦게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주거문제로 고통을 겪으시는 국민 여러분께 정말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이 대표는 관훈토론회에서 전세 대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가슴이 아프고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전월세)계약갱신이 많이 늘어서 공급이 줄어들고 그러다 보니 수요자들이 더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도 했다. 전세대란 대책에 대해선 “오늘 내일 발표하니까 기대해달라”고 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정부가 23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을 잡지 못하고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에 대해 “가장 뼈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변화의 속도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 가구분리가 일어나는 등 이에 대해 충분한 대비가 없었다는 게 정부와 서울시의 크나큰 패착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