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H강동 수소충전소’에는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인 ‘넥쏘’ 4대가 충전을 위해 줄줄이 늘어져 있었다. 수소는 5㎏ 충전하는데 5분이 걸리고 충전 과정에서 노즐이 얼어붙는 아이싱 현상이 사라질 때까지 10분을 더 기다려야 다음 충전을 할 수 있다. 차량 한 대 충전하는데 15분씩 걸릴 뿐 아니라 몇 군데 없는 충전소마다 수소차가 몰리면서 이용자들은 충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만난 한 넥쏘 운전자는 “오고가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충전에만 몇 시간이 걸린다”며 “차만 만들 것이 아니라 충전소를 늘려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가 그린뉴딜 핵심 사업인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충전할 곳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에만 수소차 1,431대가 보급됐지만 충전소는 3곳뿐이다. 이마저도 국회 앞 충전소는 종일 긴 줄이 늘어서 있고, 상암 충전소는 예약을 받지만 금방 마감돼 이용이 어렵다. 하지만 서울 시내 곳곳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기에는 부지 확보가 문제일 뿐 아니라 주민 반대 등 걸림돌이 많은 상황이다.
환경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유·가스 공급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환경부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SK가스·E1 등 6개사와 ‘미래차 충전시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접근성이 좋은 도심 주유소나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에 전기차 급속충전기 750기, 수소차 충전소 114개를 구축해 복합충전소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번 업무협약을 포함해 수소충전소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지난 16일 출범한 ‘범부처 수소충전소 전담조직(TF)’을 통해 수소충전소 구축과 관련된 인·허가권을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환경부로 한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운영 적자로 수소충전소 구축에 소극적인 지자체와 민간 사업자 참여를 이끌기 위해 수소연료 구입비를 한시 지원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평균구입단가(1㎏당 7,600원)와 기준단가(3,600원) 차액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미래차 보급 확대의 핵심은 사용자가 미래차를 이용하는데 충전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주유소와 충전소는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공간인 만큼 이번 협약을 계기로 충전 편의가 대폭 향상되고 보급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