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의 저성장·저수익 구조가 고착화하는 ‘코로나 뉴노멀’ 속에 삼성화재(000810)가 조직문화 전면개조에 칼을 빼 들었다. 손해보험사 1위 품격에 맞는 미래지향적인 사업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최근 2~3년간 과열 경쟁으로 혼탁해진 영업 질서를 바로잡아 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18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매일 아침 사내방송을 통해 바른 생각(Right Thinking), 바른 행동(Right Action), 바른 성과(Right Performance)를 의미하는 ‘3R’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3R의 핵심은 성과제일주의를 버리는 것이다. 과거에는 영업 경쟁 속에 묵인했던 잘못된 경영활동을 반복한다면 앞으로 이어질 코로나 뉴노멀 속에 생존할 수 없다는 최영무(사진) 삼성화재 사장의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실제로 3R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한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 교육 자료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표지에 ‘윤리와 도덕적 판단을 기준으로 사회와 시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제작했다’는 문구를 담는 한편 타사 상품과의 비교나 공포마케팅 등을 통해 판매 경쟁을 부추기는 대신 건전한 영업활동을 당부하면서 입소문을 탄 것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소비자와 시장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1위 손보사에 걸맞은 조직문화를 조성해 임직원들이 바른 업무태도를 탑재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이를 바탕으로 보험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어내고 손보산업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강조하는 것이 업스트림 마인드셋이다. 업스트림은 경영 컨설턴트 댄 히스가 동명의 저서를 통해 제시한 개념으로 문제의 본질에서 답을 찾는 사고방식으로 현안 대응과 함께 근원적 예방·차단 활동에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를 사후에 해결하기보다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미리 문제점을 예상하고 예방책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 일환으로 삼성화재는 ‘미래의 문제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화재인의 자세’를 설파하고 있다. 최근 사내방송에서는 △문제의 핵심을 명확히 인식하고 삼성화재의 영향력을 미리 고려해 윤리와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살필 것 △눈앞의 이익만을 보지 않고 넓은 관점으로 사회와 시장이 공감하는 범위 내에서 업무를 진행할 것 △주인의식을 가질 것 등 세부 행동지침을 공유하기도 했다.
삼성 금융 계열사들이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삼성화재는 특히 탈석탄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탄 발전 관련 신규투자를 전면 중단한 데 이어 기존 투자 건도 리파이낸싱을 중단할 예정이다. 또 석탄 발전 관련 보험계약을 인수하지 않기로 하고 이를 ‘ESG투자가이드라인’과 ‘ESG언더라이팅가이드라인’에 명시했다. 이를 대신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사회책임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관련 분야에 1조5,000억원을 투자했고 약 2조원 규모로 친환경 보험 상품을 판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