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집 한 채만 보유해도 지난해보다 2배가 넘는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게 된다. 1주택자도 종부세에 허리가 휘며 정부의 올해 종부세 수입은 3조5,000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고지서가 오는 23~24일 발송된다. 납세자들은 다음달 1~15일 종부세를 내야 한다. 종부세는 매년 6월1일을 기준으로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6억원(1세대 1주택자는 9억원) 초과분에 부과된다. 지난해의 경우 종부세 대상자는 59만5,000명, 세액은 총 3조3,47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세율 변동은 없으나 공시가격 상승에다 종부세 과표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85%에서 90%로 올라 세액이 3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대상과 금액 모두 올해도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며 “내년은 더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주택자는 차치하더라도 부동산 광풍 속에서 살고 있는 집 한 채뿐인 1주택자들의 세금이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서울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에게 의뢰한 시뮬레이션 결과 세액공제가 없는 서울 서초동 래미안퍼스티지(전용면적 84㎡)에 사는 1주택자의 종부세(농어촌특별세 포함)는 지난해 242만2,512원에서 올해 445만4,856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다. 여기에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세로 보면 지난해 794만5,872원에서 올해 1,158만1,128원으로 45%나 증가한다. 또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의 종부세는 338만976원에서 592만8,894원으로, 잠실주공(전용면적 82㎡)은 147만5,856원에서 299만3,544원으로 늘어난다. 투기 목적이 아닌 1주택자들도 가만히 앉아서 지난해의 2배에 이르는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보유세 부담이 갑자기 너무 커지는 것은 은퇴한 고령자 등 실수요자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세율을 낮추거나 한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2배 가까이 인상된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는 앞으로 닥칠 ‘세금폭탄’의 예고편일 뿐이다. 내년에는 1주택자 종부세율이 0.5~2.7%에서 0.6~3.0%로 0.1~0.3%포인트 상향되고 다주택자 최고세율은 6%까지 올라간다. 또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올해 90%에서 오는 2021년 95%, 2022년 100%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지며 공시가격 현실화도 예고돼 있다. 예를 들어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33평(전용면적 84㎡)을 지난 2017년 매입해 내년에 4년째 살고 있다면 보유세는 지난해 908만원(종부세 338만원 포함)에서 올해 1,326만원(〃 592만원), 내년에는 1,912만원(〃 1,114만원)으로 2년 만에 1,0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1주택 실수요자의 세 부담을 줄이겠다”고 반복적으로 말했지만 강남·강북 가릴 것 없이 1주택자마저 과도한 보유세에 허리가 휘청인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1주택자 종부세율을 낮추고 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과 2년 만에 보유세 1,000만원 증가
지난해 11월 말 종부세 고지서를 받고 술렁였던 부동산 민심이 올해는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재산세도 크게 증가하며 매년 1,000만원 이상의 보유세를 내야 하는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은퇴 후 집 한 채를 보유하고 있는 고령자뿐 아니라 유리지갑인 직장인들은 늘어나는 세금에 조세저항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서울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에게 의뢰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서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전용면적 84㎡) 1주택자의 종부세는 2019년 242만원에서 올해 445만원, 내년에 867만원으로 2년 새 4배 가까이 불어난다. 재산세까지 포함한 보유세를 따져보면 같은 기간 794만원→1,158만원→1,666만원으로 증가한다. 또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114㎡)의 경우 지난해 1,207만원(종부세 482만원)의 보유세를 내던 것이 올해 1,775만원(833만원), 내년에는 2,574만원(1,487만원)으로 껑충 뛴다. 지난해부터 종부세가 부과됐던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114㎡) 소유자는 지난해 311만원이던 보유세가 내년에는 498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종부세는 1주택자의 경우 60세 이상 및 5년 이상 보유해야 일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우 팀장은 “고가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현실화, 세율인상,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이 겹치게 돼 2025년까지 연간 시세의 0.5~1%에 이르는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며 “공시가격 6억~9억원의 경우 중저가에 적용되는 재산세 감면 대상에서도 제외돼 중간값의 서울 수도권 주택은 1주택이어도 보유세 증가가 부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주택자 종부세율 낮춰야
정부는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지목해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면서도 ‘실거주 1주택자는 추가 세 부담이 없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 8월 21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거대 여당의 힘으로 1주택자 종부세율도 인상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인 데 이어 공시가 현실화까지 밀어붙이면서 내년부터는 사실상의 ‘부동산 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부동산 강공 드라이브에 대해 정부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주택자까지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 맞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다만 청와대와 정치권에서는 1주택자에 대한 완화 조치를 하게 되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 말로만 실수요자 보호를 앞세운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역시 1주택자에 대한 일부 공제확대 등의 방안을 내부 검토 수준에서 수면 위로 꺼내지 못하고 ‘희망고문’만 하는 실정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살고 있는 집값을 올려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투기세력이 아닌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금은 고가주택이라고 하더라도 더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는 옳은 방향’이라며 기본 원칙을 인정했지만 정작 다주택자의 퇴로인 양도소득세는 내년부터 중과시켰다. 최근의 전세대란과 함께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훼손되고 커지는 세 부담으로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효과가 없었으면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시장이 더 불안해지고 희망고문만 하는데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종=황정원기자 조지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