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북한의 어머니날을 맞아 북한 평양의 한 극장에서 진행된 국립교예단의 공연을 관람하려는 관람객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검역관의 체온 측정에 응하고 있다. 유엔 제3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북한의 인권침해를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16년 연속 통과시켰다. /AFP연합뉴스유엔에서 북한의 인권침해를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16년 연속 채택됐다.
18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산하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005년부터 16년 연속 채택된 이 결의안은 다음달 유엔총회 본회의에 오를 예정이다.
결의안은 회원국 가운데 어느 국가도 표결을 요청하지 않아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동의)로 채택됐다. 한국의 경우 2년 연속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컨센서스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주유엔 한국대표부는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 작년과 마찬가지로 금년도 결의안 컨센서스 채택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결의안은 유엔 주재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초안을 마련했으며 대체로 기존 결의안 문구를 거의 그대로 반영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를 반영해 이에 따른 인도주의적 위기 우려를 추가했다.
결의안은 “코로나19와 같은 보건 위기와 자연재해에 대한 제한적인 대처 능력 때문에 북한의 위태로운 인도주의적 상황이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어 매우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에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맥락에서 인도주의 단체들의 활동을 허락하라”고 촉구했다.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서는 “남북대화를 포함한 대화와 관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외교 노력을 권장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북한과 대화체를 유지하는 국가들이 계속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안보 구축을 지지할 것도 독려했다.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상봉 재개를 촉구하는 문구도 담겼다.
결의안은 또 북한의 ▲고문, 성폭력과 자의적 구금 ▲정치범 강제수용소 ▲조직적 납치 ▲송환된 탈북자 처우 ▲종교·표현·집회의 자유 제약 등을 지적했다. 이어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벌어지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와 “가장 책임있는 자들을 겨냥한 추가 제재 고려” 등 적절한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가장 책임있는 자’는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표현으로 인식된다. ICC 회부와 책임자 처벌 촉구는 2014년부터 7년 연속 결의안에 포함됐다.
결의안에는 지난 9월 서해상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언급은 담기지 않았다. 앞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제3위원회에 출석해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규탄하고 유가족 보상을 촉구한 바 있다. 대신 결의안은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최근 보고를 기꺼이 받아들인다”고만 명시했다.
한편 북한은 이번 결의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진정한 인권 증진 및 보호와는 무관한 정치적 책략”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인간쓰레기 탈북자들이 날조한 거짓된 허구 정보를 적국이 짜깁기한 것”이라면서 “북한에는 결의안에 언급된 인권침해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방 국가들의 인종차별과 난민위기, 일본의 군 위안부를 제기하면서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 미국 측은 “결의안을 통과시켜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에 인권 침해를 멈춰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다시 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중국 측은 “정치화와 선택적 이중잣대, 인권을 이용한 다른 나라 압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