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다수 노동조합이 회사와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을 만들고 소수노조에 알리지 않은 채 가결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는 세종호텔노조 등이 세종투자개발과 세종연합노조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소수노조인 세종호텔노조는 2014년 6월 회사와 교섭 중인 다수노조 세종연합노조로부터 연봉제 확대 등을 포함한 단체교섭 요구사항을 전달받았다. 이에 세종호텔노조는 호봉제 전환을 포함한 요구안을 역으로 제시했지만 세종연합노조는 세종호텔노조에 별도로 알리지 않은 채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가결 시켰다. 이후 세종호텔노조는 해당 합의서가 소수노조에 대한 협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세종호텔노조와 세종투자개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세종연합노조가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세종호텔노조가 호봉제 전환을 요구하는 의견을 제시하가도 했고 회사 경영 상황을 고려하면 연봉제 적용의 합리적인 필요성도 존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옳지 않다고 봤다. 다수노조가 소수노조에 합의 사실을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는 것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교섭대표노조가 가지는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해 소수노조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했다”며 “세종연합노조는 위자료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