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골퍼들에게는 20일이 수능 날이었다. 1부 투어 출전이 걸린 ‘지옥의 라운드’가 마무리된 이날, 응시자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20일 전남 무안C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결과 2021시즌 1부 투어에서 뛸 주인공들이 가려졌다. 2020시즌 1부 투어 중하위권 선수와 2부 투어 중위권 선수 등 122명이 참가해 3라운드로 치러진 이번 시드전에서는 30위 안팎의 선수들이 새 시즌 풀시드를 획득했다. 거의 모든 1부 투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이다. 시드전 40위 안팎은 부분 시드를 얻어 참가자가 132명인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유수연이 사흘간 10언더파 206타로 강예린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시드전 수석의 영광을 안았다. 2015년 1부 투어에 데뷔했지만 성적 부진에 올 시즌 주로 2부 투어에 머문 유수연은 2년 만에 1부에 복귀해 첫 우승을 준비하게 됐다. 나희원·배소현·김현수(이상 3언더파)와 정희원(1언더파) 등 올 시즌 1부 투어 상금순위 60위에 들지 못해 시드전에 끌려온 선수들도 10위 안팎으로 마무리해 무난하게 시드를 유지했다.
1오버파 31위를 한 서른다섯 베테랑 배경은도 눈길을 끌었다. 중학교 3학년에 프로로 전향해 고1이던 2001년 KLPGA 선수권을 제패한 배경은은 KLPGA 투어 통산 3승을 올리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도 경험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2013년 결혼한 그는 2014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로는 레슨 프로로 방송에 자주 얼굴을 비추며 이른바 ‘미디어 프로’로 활동했다. 새 시즌 시드를 얻으면서 7년 만의 1부 투어 복귀를 앞두게 됐다.
황율린은 11번홀(파3) 홀인원 덕분에 39위(2오버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9일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1라운드에 깜짝 단독 2위를 차지한 황율린은 당시 “상금 60위 안에 못 들어 또 시드전에 가게 되면 은퇴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는데 생각을 바꿔 한 번 더 시드전에 도전했고, 마지막 날 터진 홀인원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출전권을 유지하게 됐다.
‘엄마골퍼’ 홍진주가 6오버파 69위로 시드를 잃었고, 팬층이 두꺼운 안소현도 91위(10오버파)로 밀려 내년 1부 투어에서 볼 수 없다. 2019시즌 2부 투어 상금왕 황예나와 1부 투어 우승 경험이 있는 박유나·윤슬아는 2라운드까지 하위권에 머문 뒤 이날 기권했다. 2017년 신인왕 출신 장은수는 2라운드에 기권했다. 이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탈락이 더 쓰라릴 선수들은 전날 악천후로 대회가 4라운드에서 3라운드로 축소된 게 두고두고 아쉬울 만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시드전 격인 퀄리파잉 토너먼트 최종전도 이날 군산CC(파71)에서 끝났다. 류현우·장익제 등 일본을 주 무대 삼던 선수들이 국내 무대를 노크해 시드를 따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내 투어의 인기가 높아진 모양새다. 장타자 김건하, 2018아시안게임 개인전 은메달리스트 오승택도 26명만 허락되는 바늘구멍을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