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재벌 개혁’을 명분으로 밀어붙이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대법원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20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인 이사를 분리 선임하도록 한 제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내용을 보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의 분리선임을 강제하면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3%까지로 제한하는 것은 주주권의 본질에 반한다”라며 “주식평등의 원칙,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과도하게 인정하는 것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의결권을 3%까지 제한하는 조항을 폐지하자는 안은 “주주평등의 원칙, 감사·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기업지배구조 왜곡 우려, 지배주주 전횡 방지 등을 비교형량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자회사의 이사가 불법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 등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에 관해서는 “국내 논의, 해외 입법례 등을 종합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냈다.
법원행정처는 “의결정족수에 관한 외국 입법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보통결의 요건을 그대로 두고 특별결의 요건만 완화하는 것은 체계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점, 회사가 정관으로 요건을 가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복수의결권을 갖고, 이를 후보 1인에게 집중 행사할 수 있는 투표 방식인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를 나타냈다.
법원행정처는 “의무화하게 되면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입법례를 보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유럽 국가는 집중투표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고 미국도 소수의 몇 개 주에서만 의무화하고 있는 국제적인 경향에 비추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시도가 있을 때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게 하는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에 대해서는 “긍정적 측면, 순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입법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