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4조8,000억원의 누적 손실을 봤음에도 지난달부터 파업을 이어온 한국GM 노동조합이 이번에는 ‘대정부 투쟁’ 카드를 들고 나왔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로 국내뿐 아니라 GM 미국본사 최고위 임원까지 ‘한국 철수’를 시사하자 정부를 압박해 우군으로 삼고 GM과 대립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김성갑 한국GM 노조위원장은 최근 조합원 공청회를 열어 GM의 한국 철수설에 대해 “현장의 다양한 우려를 알고 있다”며 “산업은행을 비롯한 대정부 투쟁을 철저히 준비해 장기전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인 산은은 한국GM의 2대주주로 지분 17.02%를 보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최근 국내뿐 아니라 GM 본사에서도 국내 물량의 해외 전환을 시사한 가운데 나와 이목이 쏠린다. 스티브 키퍼 GM 해외사업 부문 대표는 지난 18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GM은 중국을 비롯해 연간 5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아시아 내의 다른 옵션이 있다”며 철수를 경고했다. 앞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자동차 업계 고위관계자와 만나 “노사 갈등이 계속되면 GM 본사가 한국 공장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GM 노조가 대정부 투쟁을 언급한 것은 산은을 비롯한 정부에 GM 철수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는 것”이라며 “철수설의 원인을 제공한 이들이 오히려 정부에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GM 노조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부분파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