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 자산의 선호가 높아지면서 신흥국 투자에 대한 낙관론이 속속 제기되는 가운데 내년 중국의 주요 주가지수가 현재보다 10% 이상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전 세계 경제가 주저 앉았지만 중국은 내년 주요국 중 가장 가파른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조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1월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양국 간의 갈등도 누그러들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또 중국 정부의 금융시장 개방 가속화와 위안화 강세로 외국인들의 ‘바이차이나’(Buy China)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중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22일 증권가 및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중신증권,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등 중국의 주요 증권사들이 내년 중국 증시에 긍정적 시각을 담은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구체적으로 상하이종합지수의 예상 고점을 3,800포인트로 제시했다. 이 지수가 지난 20일 종가(3,377.73)와 비교하면 약 12%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는 셈이다. 중신증권의 한 분석가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 시장은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IB(투자은행)들도 10% 이상 더 오를 수 있다고 예측한다. 상하이 및 선전거래소의 주요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 기준으로 골드만삭스는 5,600포인트를 도달 가능 지점으로 찍었고, 모건스탠리는 5,570을 예상했다. 이 지수의 지난 20일 종가는 4,943.29포인트다.
국내 증권사들도 중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대체로 내년 중국 증시가 상고하저의 움직임을 예상하는 가운데 상하이지수 기준 △한국투자증권 3,700 △KB증권 3,730 △삼성증권 3,800 △하나금융투자 3,850 포인트를 상단으로 제시했다.
중국 강세장을 점치는 이유는 우선 중국 경제가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생산, 수출 등 지표는 이미 올 3·4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코로나 백신에 대한 기대감과 올해 기저효과 등까지 감안하면 중국은 내년 사실상 정상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현재 국내외 증권사 및 주요 기관들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대략 7~8%로 예상한다.
내수 활성화와 기술 국산화를 축으로 하는 신(新)성장 전략이 시작된다는 점도 중국을 주목하는 부분이다. 이에 기업들의 이익도 크게 좋아지며 상승장을 뒷받침하지 않겠냐는 예상이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는 “내년 A주 상장사의 순이익 증가율 컨센서스는 16.7%로 4년 만에 두 자릿수 성장으로 회복할 전망”이라고 했다.
위안화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증시에 우호적 환경으로 꼽힌다. 미 대선에서 바이든의 승리로 달러 약세 가능성은 더 짙어졌고, 내수 강화 및 자본시장 개방 등 정책을 추진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위안화 강세가 더 유리하다. 이에 외국인 자금 유입을 자극하며 증시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미 관계도 증시에 긍정적 변수라는 견해가 많다. 바이든 정부의 대중 정책은 현재보다 예측 가능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반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중국 초상증권은 중국의 경기 정상화로 정부 재정 지출이 줄어들 수 있고 기업 실적도 1·4분기 최고점을 찍은 뒤 급감할 수 있다고 봤다.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는 것도 투자자들에겐 부담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홍콩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진단도 나온다.